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80대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에 실려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을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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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80대 노인이 중환자 병실 침대에 실려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을 방문해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80대 노인 A씨의 가족은 병원비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했고, 은행 측에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은행 직원은 내부 규정을 들며 "긴급한 수술비에 한해 은행이 병원에 직접 이체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예금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A씨의 병원비는 500만원이 넘었지만, 이 가운데 수술비 항목은 없었다. A씨가 고령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 가족은 "당시 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콧줄을 단 채 거동도 못 하셨고, 병원 측에서는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라 외출은 불가하다고 했다"며 “하지만 병원측은 반드시 직접 와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사설 구급차를 불러 중환자실 침대에 실린 채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
A 씨 가족은 "본인 명의로 돈이 있는데 자식이 돈이 없으면 병원 진료도 못 받는다는 것이냐"라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도 분명 겪을 것이니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주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인출해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제3자가 예금을 수령할 경우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은행 직원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긴급한 수술비 등의 예외적인 지급은 예금자 보호 차원에서 내부 규정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예금주가 의식불명일 경우 금융회사가 병원비 범위 내에서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첩 처리하는 등 제한적 방식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협조해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외가 허용되는 대상과 범위, 지급방식과 절차 등은 각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은행마다 다를 수 있고, 예금을 맡긴 고객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씨 가족은 "충분히 서류상으로 처리할 방법이 있는데 80대 중환자가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반드시 오도록 한 것은 고객의 사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은행의 갑질, 횡포라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외적인 상황으로 예금주가 직접 은행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금융당국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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