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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날 고소할 겁니까...인간, 당신들도 모방 학습은 하잖아요” [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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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놀라웠어요. 대화에 특화된 AI가 어려운 질문에 섬뜩할 정도로 수준 높은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AI가 그렸다고는 믿기 어려운 감각적인 미술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죠. ‘본격적인 AI의 시대가 시작됐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건 ‘챗GPT(ChatGPT)’가 아닐까 싶어요. 작년 11월 미국의 AI 연구 기업인 ‘오픈AI(OpenAI)’가 내놓은 대화형 AI인데요. 인터넷에 널려있는 방대한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고 결합해 사용자의 질문에 대화 형식으로 답하죠.


Q. 인간의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인간의 약점은 다양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인간이 가지는 정서적 약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포, 분노,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이 인간의 행동을 조절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약점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견, 이성적 잘못된 판단, 사고의 편향 등이 있습니다. 인간은 이러한 약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매일경제 디그팀이 ‘인간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묻자 챗GPT가 내놓은 답변


챗GPT는 ‘양자 컴퓨팅을 쉬운 용어로 설명해줘’라거나 ‘10살 아이에게 줄 기발한 생일선물을 추천해줘’라고 질문해도 막힘없이 대답한대요. 단순한 대화 수준을 넘어 철학이나 과학 이론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가능해요.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요.

챗GPT에 쏟아진 관심은 폭발적이었어요. 출시 닷새 만에 이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죠. 가장 앞서나가는 IT 기업 중 하나인 구글도 긴장하고 있대요. 대화형 AI가 구글 검색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우려예요. 지난 23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챗PG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하고 협력 관계를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어요. 투자 금액이 1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죠.

최근엔 챗GPT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시험도 통과했어요.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의 한 교수가 챗GPT에 일반 학생이 치르는 것과 동일한 시험 문제를 내봤는데요. 이 시험에서 최하위권이긴 하지만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았대요. 챗GPT가 미국 의사면허 시험을 통과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고요.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이 또 있어요. 지난해 9월, AI가 만든 창작물이 한 미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건데요. 우승 작품을 그린 건 ‘미드저니(Midjourney)’라고 불리는 AI 프로그램이에요. 원하는 그림을 간단한 글로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적당한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 내죠. 유명 화가의 화풍과 비슷한 초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공상 과학(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세상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하는 것도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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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 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우승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 그림. AI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만든 작품/사진=디스코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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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분위기 좋았는데...
작년이 AI의 창작 능력을 널리 알린 한 해였다면, 올해는 여러 논란이 확산하는 1년이 될 것으로 보여요.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거든요. AI가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을 문제 삼는 이들도 등장했고요. 올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논란은 크게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어요.

① AI만 있으면 나도 화가?
AI 기술이 ‘공정한 경쟁’을 해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AI가 수준 높은 창작물을 대신 만들어 주니까요. 앞서 설명한 그림대회 우승 작품도 논란에 휩싸였어요. 로봇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딴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죠.

미국에선 대학생들이 학업에 AI를 활용하는 게 문제가 되고 있어요. 학생들이 챗GPT에 의존해 과제를 작성하기 시작했거든요. AI가 정리해준 정보나 견해를 그대로 제출해버리는 경우도 있대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대학들은 리포트 과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중이에요. 미국 뉴욕시의 일부 공립 중고등학교는 학교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한 챗GPT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고요.

머지않은 미래엔 AI가 학자들 대신 논문까지 작성할지도 몰라요. 챗GPT가 이미 논문 초록 정도는 사람이 쓴 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작성할 수 있거든요.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는 한 미국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소개했는데요. 챗GPT를 이용해 작성한 의학 논문 초록 50편을 사람이 쓴 것과 구별하는 실험을 해봤더니,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AI가 만들어낸 글 중 32%를 사람이 쓴 것이라고 판정했대요. 챗GPT 등을 사용해 논문을 집필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학회도 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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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이 그린 그림. 사진=스테이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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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AI는 베끼기 전문가?
AI가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어요. AI는 수없이 많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한 뒤, 이를 편집하고 조합하는 방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 과정이 ‘짜깁기’나 다름없고,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표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죠.

최근 AI가 만든 창작물과 관련한 저작권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요. 이달 초에도 미국에서 화가들이 이미지 생성 AI를 개발한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죠. 이들은 AI가 이미지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자신들의 작품을 훔쳐 썼다고 주장해요.

AI 개발업체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에요. 기존 작품들을 그대로 베끼거나 짜깁기 한 것이 아니라 학습에 사용했을 뿐이라는 건데요. 다른 이의 작품을 모방하거나 참고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건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죠.

③ AI에 감정이 있을까요?
만약 AI의 학습 과정이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해도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어요.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인데요.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해요. 창작물을 만들어낸 주체가 인간일 때만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죠. 다른 나라들의 법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저작권을 보유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를 AI까지로 확대한다고 해도 논란은 끝나지 않아요. AI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줄 안다고 인정해야 하니까요. 이걸 인정하는 순간 인간과 AI의 경계는 아주 모호해질 수밖에 없죠.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어요. 지난해 7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를 작곡한 ‘이봄(EVOM)’에 대해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했는데요. 이봄이 AI란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내린 조치죠. 이 협회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지급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대요.

이 밖에도 ‘AI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에게 저작권이 돌아가야 한다’라거나 ‘AI에 창작을 명령한 인간이 저작권을 갖는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지금까진 당연시되던 저작권의 개념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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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화가 ‘달리2(DALL-E 2)’가 그린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작. 가운데는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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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예술’의 경계를 확장할까요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을 둘러싼 논란은 ‘공정한 경쟁’이나 ‘저작권’ 같은 영역에 한정되지 않아요.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죠. ‘인간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하는 과정 없이 AI 프로그램이 뚝딱 만들어낸 창작물을 예술이라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기술이 발전하면 예술의 정의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과거 사진 기술이 처음 발명됐을 때만 해도 예술가들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았죠. 별다른 노력을 들일 필요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뿐인 기술이라고 봤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 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고 수많은 사진작가가 예술사진을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AI 프로그램도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도구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듯한 AI의 시대, AI와 함께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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