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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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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쏘자 전투기 띄워 공습…중동 떨게한 두 나라의 보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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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자,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해 10여 명이 사망한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동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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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면서 가자지구 위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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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이날 새벽 전투기로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가자지구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투기가 하마스의 군사시설을 겨냥해 15차례 공습했고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공습은 이날 0시와 새벽 3시30분쯤 가자지구에서 로켓 5발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 중 3발은 이스라엘 저고도 방공망인 아이언돔에 요격됐고 한발은 공터에, 나머지 한발은 가자지구 내부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로켓이 발사되자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지역엔 사이렌이 울리며 주민 대피가 이뤄졌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전날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 북부의 제닌 난민촌에 들이닥쳐, 이를 저지하던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2명과 무장세력 7명이 숨지고 20명이 크게 다쳤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사망자 중에 18세 소년과 61세 여성이 포함됐으며, 부상자 대다수는 머리나 가슴에 실탄을 맞았고 4명은 중태라고 밝혔다.

총격전이 벌어진 제닌 난민촌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무장 요새로 꼽힌다. 지난 2002년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인 ‘제2 인티파타’ 때 이스라엘군의 진압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52명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을 “제2 인티파타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공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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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제닌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이 급습한 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파손된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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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격을 계획 중인 이슬람 지하드 무장 세력에 대한 ‘대테러 작전’이었으며, 무장 세력이 먼저 이스라엘군을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또 교전 중에 6명의 ‘테러리스트’가 사망했고 다른 1명은 항복했다면서, 추가 사상자에 대해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슬람 지하드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팔레스타인 보건장관 마이 알카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부상자를 실어 나를 구급차의 출입을 막았으며 일부러 병원의 소아병동에 최루탄을 쐈다고 비난했다. 난민촌 주민 무하마드 샤비는 “이스라엘군은 움직이는 모든 걸 쐈고, 도로와 자동차, 물탱크까지도 파괴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동예루살렘에선 이스라엘의 제닌 공격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의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와파는 이스라엘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22세 팔레스타인 청년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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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제닌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항의하며 타이어를 불태우고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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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6일 제닌 난민촌 사태를 ‘학살’이라 명명하고, 3일 간의 애도 기간을 발표했다. 이어 “현 시간부로 이스라엘 점령 세력 정부와의 치안 협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치안 협력 단절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치안 협력이 중단되면, 팔레스타인이 장악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가장 가까운 이스라엘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형사재판소 및 기타 국제기구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이 최근 극우파 정부의 강경 정책에 따라 점령지에서 악랄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도시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즉각 중단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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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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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오는 29~31일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재 역할을 수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중재해온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먼저 만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대통령과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도 차례로 만난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폭력을 종식시키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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