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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의 자리를 피트니스와 자기계발이 대체했다고?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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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컬티시'
한국일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기계발을 숭배하도록 사회화된다. 오늘날 소속감과 삶의 목적을 찾는 사람들이 종교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는 건 다소 부담스러운 행위가 됐지만, 대신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 자본주의의 규범을 좇으며 신체를 단련하는 활동에 기꺼이 자신을 맡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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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특정 사물이나 인물에 종교적인 숭배를 하는 집단 혹은 현상을 가리킨다. 주로 사이비 종교를 일컬을 때 쓴다. 과학과 이성이 부상하며 주류 종교마저 힘을 잃고 있는 현대 사회, 컬트가 발 디딜 틈이 있을까.

책 '컬티시'는 신이 떠난 이 시대에 컬트가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 침투해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그것도 종교의 얼굴을 하지 않은 채, 자본주의와 자기계발 서사라는 너무나 친숙한 형태로 말이다. 크로스핏이나 피트니스 센터, 다단계나 피라미드 회사, 영적 인플루언서의 소셜미디어가 그 예다.

외로운 인간은 소속감을 느끼길 원한다. 전통적으로는 종교나 혼인 공동체가 그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다르다. 인터넷 세상에 개별로 존재하는 개인은 무한한 고립감을 느낀다. 신체적·영적 공허를 채우기 위해 자기계발을 숭배하는 '세속적 컬트 공동체'로 향한다. 이곳에서 "당신도 열심히 회원을 모으면 다이아몬드 등급이 될 수 있다"고 외치는 다단계 멘토나, 자존감을 북돋우는 심리 영성 콘텐츠를 올리며 팔로어를 모으는 인플루언서가 과거 종교 컬트 집단의 구루(스승) 역할을 수행한다.

이 모든 추종을 가능하게 하는 건 바로 광신의 언어, '컬티시'다. 희망을 품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①친밀감에 대한 환상을 빚어내고 ②'우리'와 '타자'를 구분하며 내부자를 특별히 대하는 언어를 쓰며 ③특정한 단어만 들어도 감정을 촉발해 행동을 조정하고 ④비판적인 사고를 억제하는 언어적 도구를 활용해 그들을 자발적이고 열광적인 추종자로 개조한다.

"오늘도 다 함께 가 볼까요! 몸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세요!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누군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여느 운동 트레이너의 평범한 말이 어쩐지 수상쩍게 들리기 시작한다.
한국일보

컬티시·어맨다 몬텔 지음·아르테 발행·344쪽·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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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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