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반 튀르키예 시위에서 한 시위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을 밟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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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튀르키예 정부가 다음 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던 3자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튀르키예 국영 TRT방송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초 3자회담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3자회담은 취소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면서도 차후 회담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튀르키예가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한 건 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벌어진 반 튀르키예 시위 여파로 보인다. 이날 덴마크 극우 정당인 ‘강경 노선’은 스톡홀름의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이슬람 경전인 코란 사본을 불태웠다. 이와 별개로 스톡홀름 시내에선 튀르키예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을 지지하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 추진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3일 내각 회의를 마친 뒤 스웨덴의 반 튀르키예, 반 이슬람 시위를 거론하며 “신성 모독 행위를 허용하는 이들은 우리한테서 나토 가입 지지를 기대해선 안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오는 27일로 예정됐던 팔 욘슨 스웨덴 국방장관의 튀르키예 방문도 “현 시점에선 무의미하다”며 취소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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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0여 년간 고수해온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폐기하고 지난해 5월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동반 제출했다. 나토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현재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만 최종 동의를 유보한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헝가리는 양국의 가입을 비준할 것이란 신호를 보냈지만, 튀르키예는 입장이 다르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는 당초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두 나라의 나토 합류를 반대했다가, PKK 관련자 신병 인도 등을 약속받고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이후에도 스웨덴의 약속 이행이 미흡하다며 두 나라에 대한 나토 가입 승인을 미뤄왔다. 게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5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스웨덴 등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현재의 교착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 내 ‘반 튀르키예 시위’ 등으로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자, 핀란드는 동반가입 대신 독자가입 가능성을 암시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24일 현지 공영방송 YLE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스웨덴과 함께 나토 가입을 추진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고 “스웨덴의 가입이 너무 오랫동안 지연될 경우, 재평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핀란드 고위 당국자가 사실상 ‘단독 가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후 스웨덴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하비스토 장관은 “부정확한 표현이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11월 29일 부크레슈티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핀란드-나토-스웨덴 국기(왼쪽부터)가 나란히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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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뉴스는 “하비스토 외무장관의 발언은 핀란드 정부가 향후 전개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핀란드가 독자적으로 나토에 가입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실히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는 4월 핀란드 총선을 앞두고 핀란드의 나토 단독 가입을 서두르라는 여론이 비등할 것이며, 핀란드는 튀르키예의 5월 대선과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6월 사이에 자국의 나토 가입이 확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24일 튀르키예에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그는 “핀란드와 함께 조속히 나토 가입을 완료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국가 보안 문제”라고 역설했다. 핀란드를 향해서도 “회담은 취소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웨덴과 주변 국가의 관계를 악화시켜 우리의 나토 가입을 지연시키려는 도발자가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찰리 살로니우스-파스테르나크 수석연구원은 “나토 가입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튀르키예가 핀란드만 승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핀란드 국내 정치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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