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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반이슬람 시위에 튀르키예 반발…스웨덴 나토 가입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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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2월로 예정된 회담 무기한 연기

에르도안, 스웨덴에 “가입 지지 기대말라”

핀란드에선 스웨덴 뺀 단독 가입론 ‘고개’


한겨레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의 스웨덴대사관 앞에서 24일(현지시각) 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벌어진 반튀르키예·반이슬람 시위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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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가 자신들을 겨냥해 코란을 불태우는 우익 시위가 벌어진 스웨덴과 진행하려 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위한 튀르키예·스웨덴·핀란드의 3자 회담을 무기한 연기했다. 튀르키예와 스웨덴의 갈등으로 나토 동반 가입이 계속 지연되자, 핀란드에선 단독 가입을 암시하는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나오는 등 두 나라의 공동 대응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방송 <티알티>(TRT)는 24일(현지시각)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던 3자 회담이 튀르키예의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담에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연기 사실을 인정했지만 언제 회담이 열릴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3자 회담 연기 소식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3일 내각 회의 뒤 스웨덴에서 벌어진 반튀르키예·반이슬람 시위를 거론하며 “우리 대사관 앞에서 신성 모독 행위를 허용하는 이들은 우리한테서 나토 가입 지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뒤 나왔다. 앞선 21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튀르키예대사관 앞에서는 스웨덴·덴마크의 극우세력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며 반튀르키예 시위를 벌였다. 이와 별도로, 스웨덴에선 분리 독립을 추구하며 튀르키예 정부와 충돌하고 있는 쿠르드족을 지지하고 자국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그 직후 튀르키예는 27일로 예정돼 있던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의 방문에 대해 “의미가 없어졌다”며 일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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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스웨덴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욘손 장관이 25일 브뤼셀의 나토 본부를 방문해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부총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나토가 밝혔다. 나토는 구체적인 회동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고, 언론의 취재도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유럽의 오랜 중립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이유로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자 튀르키예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려면 ‘친쿠르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해 지난해 6월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의 활동 정지와 테러 용의자의 신병을 인도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이후에도 스웨덴의 약속 이행이 미흡하다며 두 나라의 나토 가입 승인을 계속 늦춰왔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전체 회원국의 비준이 필요한데, 튀르키예와 헝가리만 아직 비준을 마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5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스웨덴 등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현재 교착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그러자 핀란드에선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장관은 24일 핀란드 공영방송에 나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 처리가 오래 걸리게 될 경우 상황을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단독 가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비스토 장관은 나중에 자신의 발언이 “부정확했다”며 스웨덴과 동시에 나토에 가입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비록 발언을 취소했지만, 핀란드 고위당국자가 단독 가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폴 레빈 스톡홀름대학 튀르키예학 연구소장도 “핀란드는 스웨덴 내 나토 가입 반대 세력의 도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튀르키예가 계속 나토 가입을 저지하면 핀란드가 어느 시점에는 단독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핀란드 내 많은 이들이 (나토 가입 처리가 지연되는 데) 불만을 느끼는 걸 이해한다”며 튀르키예와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침착함을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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