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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도 '체력'이 되는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투자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이들 대형사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사업성은 양호하지만 투자 문턱이 낮아진 PF 건들이 늘어난 지금을 투자 적기로 판단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부실 부동산PF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부실채권펀드(NPL) 조성을 대형 건설사와 준비 중입니다.
주로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이 그 대상입니다.
금리 급등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 중 사업성이 있는 곳을 선별해 구조조정처럼 회생시키는 것이 펀드의 골자입니다.
KB증권이 보험사·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사업장을 선별하면 대형 건설사들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우발 채무 등을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본 PF로 분양까지 완료하는 정상화 과정을 거칩니다.
KB증권은 하반기 이후 만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프로젝트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에 2천억∼3천억 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해외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에 대해 만기 연장을 위한 자금을 파이낸싱하는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준비 중입니다.
KB증권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 금융사는 오히려 할 일이 많아진다"며 "유동성 위기 때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금융의 책무라는 관점으로 사업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리츠증권도 부동산 PF 사업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과 1조5천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투자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천억 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에 나서는 게 골자입니다.
나머지 6천억 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물산·호텔이 후순위 대출에 나섭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선순위'로 참여하는 데다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원리금 전액 상환 시까지 이자 자금 보충 의무를 부담하는 안전장치도 있는 만큼, 비교적 리스크는 작고 수익성은 양호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기 때는 수익성 좋은 부동산 PF 사업 건을 따기 위해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며 "자본력이 있는 증권사들로서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다올투자증권에서 부동산 PF 사업을 담당하던 인력 25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IB사업 3본부'를 새로 꾸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대형 증권사가 적극성을 발휘하면서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증권사별 양극화도 심화하는 양상입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회사마다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규모가 다른데 중소형사는 애초 고위험 중·후순위 본 PF 딜이 많았기 때문에 이미 리스크가 턱까지 차오른 상태라 추가 투자 여력이 없다"며 "이렇게 되면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형사 중심으로 부동산 PF 사업이 진행되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신용리스크는 사업장의 위치, 변제순위 등 보유하고 있는 PF 대출의 성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앞으로 각사별 자산건전성 악화 정도는 크게 차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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