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 덮친 한파]
한파에 막힌 귀경길… 제주 4만명 발 묶였다
제주, 어제 476개 항공편 전부 결항… 전국 뱃길 100곳 중 98곳 운항중단
서울 체감 영하 31.7도까지 떨어져… 연휴 뒤 첫 출근 오늘도 ‘최강 한파’
설연휴 마지막 날 제주공항… “비행기 언제 타나” 강풍과 폭설로 하늘길이 막힌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대합실이 운항 재개를 기다리거나 대체 항공편을 구하려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제주에는 강풍 및 대설 특보가 내려졌고 운항이 예정됐던 항공편(476편)이 모두 결항했다. 풍랑과 강풍으로 뱃길마저 끊겨 4만3000여 명의 발길이 묶였다. 연휴 직후 출근 등을 해야 하는 이들은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제주=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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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대기한 지 벌써 이틀째입니다.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언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가족과 제주를 찾았다는 고모 씨(46)는 2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발권 데스크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하소연했다. 고 씨는 예약한 24일 항공편이 결항된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23일) 서둘러 공항을 찾았지만 표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25일 김포행 항공권도 만석이다. 지금으로선 26, 27일에도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강풍특보와 풍랑특보, 대설경보, 한파경보가 모두 내려진 제주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혔다. 제주공항에선 이날 출발편 233편과 도착편 233편 등 국내선 466편과 국제선 10편이 모두 결항했다. 여기에 뱃길마저 끊기면서 제주를 빠져나가려던 관광객 등 4만3000여 명의 발이 묶였다.
이날 제주공항 터미널에는 오전부터 운항 재개를 기다리는 이들과 대체 항공편을 구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항공사들은 25일 출발하는 빈 좌석을 선착순으로 배정했는데 발권 창구마다 사람이 몰리면서 대기줄이 긴 곳은 100m가량 이어졌다. 항공사들은 25일 오후부터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임시편 25편을 투입해 약 1만 명을 추가로 운송할 계획이지만 발이 묶인 승객들을 모두 수송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출발을 포기한 승객들이 숙소 잡기에 나서며 공항 근처 호텔에도 줄이 생겼다. 경기 수원시에서 온 김모 씨(32)는 “부모님을 포함해 가족 6명이 여행을 왔는데 숙소를 추가로 잡으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내일 회사에선 신규 제품 시연회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발권을 위해 공항에서 밤을 새우는 이들을 위해 공항 측은 모포와 매트리스 등을 제공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이 폭설과 강풍, 풍랑의 영향으로 귀경길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날 경남 통영(2개 항로, 5척)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항로(98개 항로) 150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광주공항, 김포공항, 청주공항 등에서도 결항이 속출했다.
올겨울 ‘최강 한파’도 전국을 덮쳤다. 24일 오전 서울은 영하 16.7도를 기록했고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산지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31.7도까지 떨어졌다. 강추위는 연휴 후 첫 출근일인 25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5일 늦은 밤부터 26일까지 수도권과 충청권에 최대 10cm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파에 막힌 귀경길
폭설에 고속버스도 거북이 운행
제주, 대설-한파-강풍-풍랑 특보
“이틀째 공항 대기, 언제 가나” 한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고향을 찾았는데 항공편이 결항돼 고속버스 표를 구하러 왔습니다.”
2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1층. 서울에서 온 회사원 송모 씨(54)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폭설 때문에 버스로 가는 것도 큰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터미널에는 강풍과 폭설로 항공편이나 자가용 이용을 포기한 귀경객이 몰렸다. 복도나 통로에 앉아 대기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강풍과 폭설의 여파로 광주공항은 이날 제주와 김포공항 등을 오가는 31편(출발 16편, 도착 15편)이 모두 결항했다. 여수공항도 예정된 항공편 14편이 취소됐다. 간신히 출발한 고속버스는 쌓인 눈을 헤치고 달리느라 거북이걸음을 했다. 광주·전남 일부 지역에는 25일까지 최대 30cm의 폭설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 폭설 강풍으로 교통사고 속출
제주와 호남 지역에선 폭설과 강풍 등으로 인한 사건, 사고도 이어졌다.
제주에선 이날 오전 11시 18분경 제주시 노형동에서 운행 중이던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신호등을 들이받는 등 15건의 눈길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 광산구에선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남 영광군에선 강풍으로 지붕 패널이 날아갔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등 전남에서만 강풍 피해가 11건 접수됐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24일 경북 울릉군 중심가에 주차된 차들이 눈에 파묻힌 모습. 울릉군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65.2cm의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은 25일 오전까지 울릉군 일부 지역에 70cm 이상의 눈이 쌓일 것으로 전망했다. 울릉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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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경북 울릉군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65.2cm의 눈이 내렸다. 25일까지 최대 70cm 이상이 쌓일 것으로 전망된다. 폭설로 울릉군 일주도로의 내수전∼죽암 구간 등은 통행이 통제됐다. 울릉군 관계자는 “제설차량 8대와 제설인력을 24시간 투입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한라산 일부 지역도 25일까지 70cm 이상의 적설량이 예고됐다. 24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제주를 비롯해 전북, 전남 등의 도로 12곳이 통제되고 있다.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철도(KTX) 열차도 이날 오전부터 한파와 폭설이 심한 일부 구간에서 시속 170∼230km로 서행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가 보통 시속 250∼300km 속도를 내는데 일부 구간에서 강풍이 불어 서행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 최강 한파에 한랭질환자 속출
전국적으로는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쳤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10도 이상 더 낮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후 9시까지 최저 체감온도는 강원 철원군 임남면 영하 41.3도, 강원 정선군 사북읍 영하 32.1도, 경기 과천시 영하 35.1도, 서울 중구 영하 31.7도 등이었다.
연이은 한파에 차량 엔진이 얼고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고도 이어졌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35)는 “24일 차량에 시동을 걸었으나 1시간 가까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결국 보험회사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렀다”고 했다. 강원 춘천시에 거주하는 정모 씨(32)도 “차량 엔진이 얼어 시동이 걸리지 않아 서울 친정 방문을 미뤘다”고 했다. 기록적 한파가 닥치자 한국전력공사와 지역난방공사 등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한랭질환자도 속출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이후 한랭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266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00명)보다 33% 늘어난 수치다. 올겨울 한랭질환 사망자는 현재까지 10명으로 지난겨울 전체 사망자(9명)를 이미 넘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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