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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취업과 일자리

손주는 노는데…취업자 다섯 중 하나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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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인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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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76세)씨는 지난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집 근처 경로당으로 갔다. 놀러 간 게 아니라 엄연한 ‘출근’이었다. 하루 3시간씩 경로당 프로그램 진행을 돕는 등 여러 가지 보조 일을 했다. 대한노인회 서울 마포구지회에서 하는 민들레 사업의 하나다. 이씨는 “아르바이트 시급과 비슷한데 보험과 세금 떼고 한 달 70만원 정도 받았다”며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면 올해 사업 참여자 선발 때 가산점을 받는다고 해서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청년보다 일하는 노인 보기가 쉬운 시대가 됐다. 60세가 넘는 고령 취업자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취업자 2780만8000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568만5000명으로, 20.4% 비중을 차지했다. 60세 이상 취업자 비율이 20% 선을 넘어선 건 월별 연령별 취업자 수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처음(동월 기준)이다. 일하고 있는 사람 5명 중 1명꼴로 60세가 넘는 노인이란 의미다.

취업자 연령대별로는 50대(23.9%), 40대(22.5%) 다음으로 60대 이상 비율이 높았다. 20대(13.4%)는 물론 30대(19.2%)까지 추월했다. 2012년 12월 11.7%였던 60대 이상 취업자 비중은 불과 10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20대 청년 취업자 비중이 2012년 14.1%에서 지난해 13.4%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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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청년층 신규 채용이 줄고, 40~50대 조기 실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주로 공급하는 노인 일자리만 큰 폭으로 증가한 탓이다. 인구 구조 변화 요인도 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2012년 12월 16.5%였던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지난해 12월 26.2%로 늘었다. 반면 이 기간 20대 인구 비율은 13%에서 12.5%로 감소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명이 길어진 데다 생활 유지라든가 여러 가지 목적 때문에 60대 이상의 일자리 수요가 이전보다 많다”며 “연금 등 노후 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60대 이상의 고용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후 빈곤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단기 저임금 일자리란 점을 감수하고 고용 전선에 다시 뛰어드는 고령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청년층 신규 취업은 여전히 바늘구멍인 반면 은퇴 연령을 넘겨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경제 최전선인 산업 현장도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제조업 근로자 고령화’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11%였던 5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은 2021년 31.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29세 이하 청년 근로자 비율은 29.7%에서 14.8%로 고꾸라졌다.

한·미·일 국제 비교가 가능한 2011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2011~2021년)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3.8세 상승해 일본(1.5세)과 미국(0.1세)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 제조업의 인건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근로자의 고령화로 노동 생산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청년 근로자 고용 확대를 위해서 대학 교육 제도를 혁신해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함은 물론,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다수 국내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서 청년 취업률은 낮아지고 있고, 정부는 고용률을 끌어올리려 국가 예산으로 노인 일자리만 만들어내고 있다”며 “노인 일자리가 아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청년층 취업 교육을 대폭 확대하는 등에 국가 예산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서지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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