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UAE 순방 역대 최대 성과” 강조
‘UAE 적 이란’ 발언 ‘순방 리스크’ 재확인
신공안정국 비판 등 국내에도 과제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단독 특별연설에서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를 주제로 연설한 뒤 클라우스 슈밥 WEF회장과 대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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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스위스 순방을 마무리했다. ‘경제 외교’를 전면에 내건 취임 2년 차 첫 순방에서 UAE의 300억달러 투자유치, 원전 추가 협력을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시한 게 핵심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따른 외교 마찰 해결, 경제협력 합의를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는 남았다. 순방 기간 극대화한 여권 내 불협화음, 야당 대표 수사와 국가보안법 수사 등 ‘신공안정국’으로 고조된 진영 갈등 등 귀국 후 마주할 국내 현안도 산적해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양자과학 석학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6박8일간의 UAE·스위스 공식 순방일정을 마쳤다. 20일 오전 스위스를 떠나 설 연휴 첫날인 21일 오전 귀국한다.
이번 순방을 통해 윤석열 정부 경제 외교의 구체적인 기조가 확인됐다. 수출에 방점을 둔 정상 외교, 탈원전 폐기로 본격화한 원전 세일즈, 규제완화를 고리로 한 투자유치 등이 경제 외교의 핵심 축이다.
윤 대통령은 “나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며 순방 일정 전체의 초점을 경제 외교에 두고 관련 성과를 내는 데 집중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스위스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됐다”면서 UAE와의 전방위적 경제 협력 강화, 정상 경제외교를 통한 실질적인 투자유치 등을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 14~17일 UAE 국빈 방문 기간 정상회담 등을 통해 공동 성명을 도출했다. 성명에는 UAE 국부펀드 등이 에너지, 원전, 수소, 방산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에 3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과 함께 양국이 UAE 추가 원전이나 제3국 원전 공동진출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통령실은 정부·민간 등에서 체결된 양국 간 양해각서(MOU) 48건과 묶어 역대 UAE 순방에서 최대 규모의 성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원전 세일즈 외교 기조는 뚜렷해졌다. UAE와의 추가 원전 협력 합의와 함께 윤 대통령은 스위스 일정 중에도 원전 확대를 공언했다.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 특별연설을 마친 뒤 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과 대화에선 “원전 발전을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수출과 협력”을 말했다. “한동안 탈원전이라고 해서 원자력을 감축하려는 시도가 몇 년 지속돼온 탓에 원전 생태계도 많이 힘들어졌다”고 전임 정부 탈원전 정책을 재차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 신한울 3, 4호기 (국내에서) 추가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국내외에서 원전 강조 행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민간 중심 경제정책이 투자유치·수출 확대 목표와 맞물려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다보스에서 국내외 주요 기업인들과 오찬하며 “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안 맞으면 언제든 알려달라. 해외 투자가 많이 들어오면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갈 수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순방에서 국내외에서 각인한 경제외교 효과를 실질적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과제로 남아있다. 300억달러 투자가 정상 간 공동성명에 명시됐지만 투자 시기와 구체적인 투자처 등이 명확히 정해진 건 아니다. 합의를 실질적인 투자로 잇는 후속 작업이 관건이다. 이 수석은 “정부는 이번 정상 간 투자 합의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하여 (가칭)‘한·UAE 투자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AE와의 추가 원전 협력을 합의 다음 단계로 이끌고 각종 MOU 등을 구체화하는 지원작업도 남은 숙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순방지가 아닌 제3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불러오며 이번에도 ‘순방 리스크’가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해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이에 반발한 이란 측이 전날 테헤란에서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설명하는 등 파장이 확산일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동결 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는데 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는 것”이라며 “오해였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증명이 됐기 때문에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뒤에는 산적한 국내 현안이 기다린다. 순방 기간 여권 내 확산한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을 정리해나가는 것부터 문제다. 여당 전당대회 유력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김대기 비서실장이 직접 비판에 나서는 등 여권 내 불협화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무개입 비판을 무마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단일대오를 만들려는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정국 긴장도에서 야당의 국정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본격화로 여야 대결 정국은 이미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공안당국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가 노동계로 번지면서 신공안정국 비판과 함께 노·정 갈등도 격화했다. 윤 대통령이 노조 압박에 중심을 둔 노동개혁을 추진해 온 것도 본격화한 공안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발로 정국 긴장도가 동시다발로 높아지면서 협치국면이 금세 조성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협치 없이 입법을 통한 제도개혁이 불가능한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이를 돌파할 묘수를 찾는 게 윤 대통령의 과제로 꼽힌다.
다보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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