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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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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살펴 본 의료공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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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내일만 버티면 어느새 설 연휴입니다. 설날이 지나면 이젠 양력으로도, 음력으로도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거니까 저도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새해 다짐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저번 주엔 날이 따뜻해졌다가 또 이번 주엔 날이 확 추워졌죠? 설 연휴에도 강력한 한파가 닥친다고 하니까 몸조리 잘하길 기원할게요. 새해부터 아프면 서럽잖아요

몸조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독자 여러분은 최근 병원에 간 게 언제인가요? 저는 작년에 오랜만에 병원엘 갔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점심시간에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몇 번은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혹시 병원에서 발길을 돌린 적 중에 이런 적도 있나요? 의사(!)가 없다거나 혹은 진료 과목(!!)이 없다거나요. 오늘 마부뉴스에서 준비한 이야기는 바로 의사 부족 사태로 인한 의료 공백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없다면?

진료를 받고 싶어도 소아과엔 의사가 없어요



2023년 전반기 전국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가 필요했던 전공의는 모두 207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중 지원한 사람은 33명에 불과했죠. 경쟁률은 0.16대 1이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수련병원이 뭐고 전공의가 뭘까요? 이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려면 의사가 되는 과정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잠깐 정리하고 갈게요.

의사가 되려면 의대에서 공부를 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가야 합니다. 의대, 의전원에서 공부를 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수련병원이라는 곳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죠. 수련병원은 의사들을 수련하고 교육하는 병원입니다. 수련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정신 수련할 때 그 수련입니다. 수련병원에서 의료 기술과 학문을 갈고닦아서 단련한다는 거죠.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자격으로 3~4년 동안 전공과목을 정해 공부하고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해당 전공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즉 “전국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207명 중 33명 지원”이라는 것은 앞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담당할 꿈나무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인 겁니다. 사실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해요. 이미 과거부터 조금씩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줄어들고 있었죠. 그래서 작년 12월에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 전공의가 없어서 소아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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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 현상은 소아청소년과만의 일이 아닙니다. 올해 전반기에 진행한 전공의 모집 데이터를 가지고 주요 과목의 경쟁률을 나타내봤습니다. 위, 아래로 완벽히 갈리죠? 위에는 정원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린 과목이고, 아래는 그러지 못한 과목들입니다. 주요 과목 중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과목은 안과였습니다. 안과의 초과 지원자 영역을 보세요. 안과는 모집 정원이 95명이었는데 지원자는 166명으로 경쟁률이 1.75대 1을 기록했어요. 안과에 이어 재활의학과는 96명 정원에 155명이 지원하면서 1.6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안과와 재활의학과를 비롯해 성형외과(1.59대 1), 피부과(1.41대 1) 등은 정원을 훌쩍 넘는 지원자를 자랑합니다.

반면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는 정원 미달을 기록하고 있어요. 정원에 미달한 과목들을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필수 진료과목들이 많습니다. 종합병원이 되려면 의료법에서 정해 놓은 주요 진료과목을 필수적으로 두어야 합니다. 가령 100~300 병상 규모의 병원에서는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4과목 중 3개 진료과목을 필수적으로 두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2023년도 전반기 모집 결과를 보면 4과목 중 내과를 제외하고는 다 정원 미달인 상황이에요. 그중에서도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 제일 심각합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전체 정원 100% 중 16%밖에 지원자가 차지 않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죠.

진료를 받고 싶어도 우리 동네엔 의사가 없어요



과목별로도 편차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별 편차입니다. 사실 기피 과목이라고 하더라도 의사가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요. 문제는 그나마 있어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거죠. 필수 의료과목의 대다수가 기피 과목인 현실이라, 수도권을 벗어나면 필수 의료과목에 대한 진료를 받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마부뉴스가 직접 데이터를 살펴봤어요.

마부뉴스가 살펴본 데이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입니다. 심평원에서 제공해주고 있는 오픈 API 중 의료기관별상세정보서비스를 이용해서 전국에 있는 7만 6,238개의 병원들이 어떤 과목들을 진료하고 있는지, 과목별로 의사들이 얼마나 있는지 전부 분석해 봤어요. 오픈 API 호출 시점은 1월 16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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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필수 의료과목 중 주요 네 과목(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의 의사들이 어느 지역에 분포했는지를 살펴본 그래프입니다. 네 과목 모두 절반 이상의 의사들이 수도권에 몰려있었어요. 가장 수도권 집중도가 높았던 과목은 산부인과였습니다. 전체 5,221명의 산부인과 의사 중 수도권에서 일하는 의사는 2,881명, 전체의 55.2%를 기록했죠. 내과는 전체 17,510명의 의사 중 54.2%가 수도권에 위치했는데, 이 수도권에서도 의사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건 내과가 유일했죠.

네 과목 중 산부인과에 조금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만 명당 산부인과 의사 수를 계산해 보면 10.1명이 나옵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 의사 수가 전국 평균 10.1명이 안 되는 지역은 무려 186곳이나 되고 있더라고요. 조금 더 자세히 그 편차를 살펴보기 위해 전국 시군구별로 인구 10만 명 산부인과 의사 수를 계산해 봤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수도권과 광역시와 비교해서 다른 지역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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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스크롤 해야 내려올 정도로 산부인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과 나쁜 지역과의 격차는 상당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가장 산부인과 의사가 많은 지역은 대구 중구였습니다. 대구 중구의 산부인과 의사 수는 10만 명당 4.7명. 10만 명당 산부인과 의사 수가 4명이 넘는 지역은 딱 전국에 4곳 있었는데, 대구 중구를 제외하곤 다 서울이었죠. 서울 강남구가 4.6명으로 2위를 차지했고, 서울 중구와 종로구가 뒤를 이었어요. 산부인과 의사가 아예 없는 곳은 23곳이나 됩니다. 대부분 지방이었죠. 수도권은 딱 1곳 포함됐는데 바로 인천 옹진군이었습니다. 옹진군을 포함해 충북 1곳, 전북 3곳, 강원, 경남, 전남 4곳, 경북 6곳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1명도 없어요.

아이를 낳고 싶어도 산부인과가 없고, 산부인과가 있더라도 분만실이 없는 지역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에서도 이런 지역의 산모를 위해 응급 의송, 외래진료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긴 합니다. 응급 의송과 같은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상당히 위험한 겁니다. 데이터로도 그 위험성이 드러나는데,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 사망 수를 나타내는 모성 사망비 데이터를 살펴볼게요. 2019년 대한민국 모성 사망비는 9.9명.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5.6명으로 가장 낮아요. 반면 강원도의 모성 사망비는 24.1명이죠. 2019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 중에 강원도보다 모성 사망비가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라트비아, 멕시코뿐입니다.

지방엔 산부인과뿐 아니라 내과, 외과 등 다른 필수 진료과목을 담당하는 의사도 없죠. 수술을 받기 위해선 의사와 시설이 있는 큰 도시로 원정에 나서야 합니다.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무척이나 중요한데, 원정 의료에선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이송 도중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죠. 독자 여러분, 혹시 치료가능사망률이라고 들어봤나요? 치료 가능 사망률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사망에 이르게 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는 29.6명이지만 경북 영양군은 무려 107.8명으로 3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어요.
Q. 정부에서 관리하는 분만취약지역의 기준이 뭐죠?

보건복지부에선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해 분만 취약지역을 선정해 의료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분만 취약지역은 A등급, B등급 등으로 나뉘어있는데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다음과 같아요. ① 먼저 60분 내 분만 의료 이용률이 30% 밑인지, ② 두 번째는 60분 내로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의 비율이 30% 이상인지입니다. 기준을 살펴보면 분만 의료 서비스를 산모가 이용할 수 있는지, 또 그러한 의료기관에 1시간 내에 접근 가능한지를 따져보겠다는 거죠.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분만 취약 A등급에 해당합니다. 2021년 사업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모두 30개 지역이 A등급입니다. 두 가지 기준 중 하나만 충족하는 지역은 B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총 18개 지역이 해당되고 있어요.


의사 수의 문제 vs 운영 관리의 문제



필수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주요 과목에 지원하는 의사가 없고, 지방에는 의사가 없다면… 그 해결책은 의사를 늘리면 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의사를 늘리자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 의사가 적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의사 수가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죠. 지금부터 2개의 데이터를 소개해 줄 텐데 독자 여러분이 직접 판단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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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통계입니다. OECD 국가 중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계산한 거죠. OECD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4명입니다. 전체 회원 38개국 중 우리나라의 순위는 34위로 상당히 낮죠. 우리나라 뒤엔 멕시코, 폴란드, 콜롬비아, 튀르키예뿐이거든요. OECD 회원국들의 평균치는 3.6명이니까 우리나라 의사 수가 평균에 꽤나 못 미치는 건 맞는 거죠.

두 번째로 볼 데이터는 국토 면적대비 의사 수입니다. 의료서비스를 비교하는 데에 의사 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놓쳐선 안 될 게 바로 공간적인 접근성도 있거든요. 적절한 이동 시간 내에 병원이 위치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건지를 공간 정보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위에서 살펴본 분만 취약지의 기준에도 의료시설과 함께 공간 접근성이 포함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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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들의 국토 면적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매년 발간하고 있는 The World Factbook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10㎢당 의사가 몇 명인지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2.8명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보다 단위 면적당 의사가 많은 OECD 회원국은 네덜란드(15.6명)와 이스라엘(13.4명)뿐이죠.

똑같은 의사 수를 두고 누구는 부족하다, 누구는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당장 의사 수를 늘리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죠. 현재 의대의 입학 정원은 3,058명인데 이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변하고 있지 않거든요.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려서 부족한 과목과 지역에 의사를 확충하겠다는 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시민단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경실련에서는 인천, 전남, 경북 등 의료 취약지역에 공공의대를 새로 지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정부만 특별히 의대 정원을 손보려는 건 아닙니다. 이전 정부에서도 2020년 당시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사 단체들이 반발해서 논의가 중단됐거든요.

2020년과 마찬가지로 의사협회는 지금도 의사 수 증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력이 부족한 과목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에서도 나서서 반대하고 있더라고요.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인 시위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의사협회는 의대생을 더 뽑더라도 인기 과에 사람들이 가지, 힘든 과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필수 진료과목, 지방 병원에 대한 유도 정책 없이 의사 수만 늘리는 건 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거죠.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피해는 계속 쌓이고 있다



의료 서비스를 두고 정부와 의사들 사이 평행선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의료 서비스를 받는 우리들입니다. 그전에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겠죠. 설령 당장 정부안대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을 거치고 시장에 나올 때까지 보통 12년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12년을 기다리는 사이 지금 우리가 겪는 의료 공백과 지역 격차는 더 커질 수 있어요. 전반기 모집 이후 추가모집에서도 소아청소년과의 평균 경쟁률은 더 떨어져서 0.12대 1이 되었더라고요.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한 길병원은 결국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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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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