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맞서 클린테크 육성 위해 보조금 완화·기금 확대 거듭 시사
다보스포럼서 연설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세계 각계 인사가 집결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자국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하는 미국과 중국을 향해 직격을 날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특별 연설에서 "기후변화에 전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는 반드시 공정한 접근법과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모든 산업 분야의 '클린테크' 전환이 필요하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일고 있는 보호주의 무역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향후 10년간 클린테크 분야에 3천69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는 EU와 미국 둘이 합쳐 거의 1조 유로가량을 청정에너지 산업에 투자한다는 의미로, 기후 중립으로 향하는 과정을 엄청나게 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곧이어 "일부 인센티브 제공과 관련해 미국 IRA의 특정 요소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미국 측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협의해온 이유"라며 "가령, EU 기업들과 EU에서 제조된 전기차들도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대서양의 무역과 투자가 분열되는 것을 피해야 하며, 각각의 인센티브 제도가 공정하고 상호 보강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보스포럼 준비로 분주 |
중국을 향해선 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은 값싼 에너지와 낮은 인건비, 느슨한 환경 규제를 약속하며 유럽 및 다른 지역의 산업체들이 자국으로 이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자국 산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EU 기업들의 중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중국과 계속 교역해야 하는 만큼 "우리의 초점은 대중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위험 경감(de-risking)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것들을 활용한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7월 본격 시행되는 EU의 역외보조금 규정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공공 조달이나 기타 시장이 그와 같은 보조금으로 왜곡된다고 판단되면 조사 개시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U 역외보조금 규정은 EU 바깥 기업이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EU 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핵심 광물 수입 관련 유럽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98%에 달하는 것 등을 언급하면서 공급망 확보 및 다변화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제3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 역내 기업들이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까다로운 EU 보조금 지급 규정을 손보는 한편 관련 기금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전략적 클린테크 가치사슬 관련 생산 시설을 지원하고, 외국의 보조금 제도로 인한 (EU 생산시설들이) 이전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보조금 지급 규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기적으로는 유럽주권펀드를 준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핵심이 되는 연구, 혁신, 전략적 산업 프로젝트를 증진하기 위한 구조적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주권펀드는 친환경 등 미래 유럽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기금으로, 올해 여름께 발표될 예정인 EU 집행위의 다년도 지출예산안(MMF)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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