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물가 목표 2%…이창용은 ‘골대’ 왜 안 옮길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나쁜 방법 같다. (공이) 잘못 간다고 골대를 옮기자는 얘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물가 목표 수준을 현재 연 2%에서 올릴 생각이 있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서다. 장기간 이어지는 고물가 속에서 2%라는 비현실적인 수치에 목멜 필요가 있냐는 일각의 주장에 이 총재가 선을 그은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은행 등 대다수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현재 연 2%를 물가 목표치로 삼았다. 1998년 처음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한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지난 2013~2015년 연 3±0.5%에서 2016년 연 2%의 단일 수치로 수정했다. 이에 앞서 Fed는 지난 2012년 1월 “물가 상승률 연 2%가 Fed에 부여된 물가안정 책무에 부합한다”고 발표했고, 일본은행은 2013년 1월 이후 물가상승률 목표를 연 2%로 정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지난해 이후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지며 “2% 목표 달성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의 목소리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여러 학자가 물가 목표치 상향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전미경제학회(AEA) 연차 총회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라는 물가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은 Fed의 횡포가 될 것”이라며 “2%에 빨리 도달하려고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무리하게 낮은 물가 목표치에 맞추려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물가 목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지 논의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총재는 이런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 이유로 이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 골대를 옮기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너무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물가 상승 목표치까지 올리면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역시 덩달아 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렇다면 왜 다른 숫자도 아닌 2%가 목표치일까. 2%라는 수치 자체가 경제학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건 아니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여러 여건을 봤을 때 2%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통계적으로 증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이렇게 설명했다. “대체로 물가 상승률이 연 2% 정도면 사람들이 물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연 3% 정도가 되면 사람들이 물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 총재는 “목표를 바꾸는 것은 물가가 안정된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3.6%로 전망했다. 지난해(연 5.1%)보다 1.5%포인트 떨어질 거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는데도 Fed가 긴축 기조를 쉽게 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며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치(63%)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수준이며, 코로나19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중순과 비슷하다.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과 매튜 루체티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높은) 근원 서비스 물가와 같은 지표는 공급 우위의 고용 시장과 연계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Fed는 긴축 궤도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급격한 실업 증가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남현·나상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