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드론이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3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인의 전력, 난방 등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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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주요 에너지 기반 시설 50곳은 나삼스(NASAMS) 지대공 미사일 등 서방이 제공한 대공 방어시스템으로 보호하고, 그 외 기반 시설엔 기관총 방공망을 구축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저공 비행을 하는 전투기를 기관총으로 격추했던 방식을 적용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는 “단순한 방어 시스템이지만 느리게 비행하는 드론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대경대 부설 한국군사연구소 김기원 교수는 “드론은 속도가 느린 편이라서 기관총을 여러 개 묶어 쏜다면 격추가 가능하다”면서 “드론을 정확히 명중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드론 진행 방향의 허공에 대고 계속 쏴 화망(火網)을 구성해 방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망은 다수의 총이나 기관총 등으로 미래 표적 위치를 고려해 총알 비를 내려 적을 제압하는 것을 뜻한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공개한 격추된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 모습. 러시아는 최근 이란제 드론을 우크라이나 공습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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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는 드론 등을 총동원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추운 겨울에 기반 시설을 공격해 전력을 끊는 ‘공포의 겨울’ 작전이다. 이같은 공격에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 4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망 회사 우크르에네르고의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러시아 에너지 전문가들도 이 작전에 가담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침공하기 전, 우리 전력 시스템이 러시아와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 시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발전소 자체보다 전력망 배전 시스템의 핵심에 있는 변압기를 파괴하는 체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테면 서부에 있는 전력망을 공격해 섬처럼 고립시켜 중부와 동부 지역으로 전력을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전력 공급·분배 등과 관련한 모든 장비가 야외에 노출돼 있어 러시아의 공격이 용이하다.
한 미술 선생님이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예술학교에서 머리전등을 쓰고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러시아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 시설이 많이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순환 정전 등 에너지 절약에 힘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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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크라이나는 기관총 방공망과 순환 정전 등 에너지 절약으로 버텼지만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달 들어 기온이 영하권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러시아는 드론을 더 많이 보내거나 기존 방어선을 우회하는 등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민영 에너지 기업인 DTEK의 유지 보수 엔지니어인 안드리 투인다는 “전력 시설 피해를 처리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송전망은 소련 시스템을 사용해 서방 장비와 호환되지 않아 피해를 입으면 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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