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산하 국제방송인 미국의소리(VOA)는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 1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북한군 참전은 우크라이나군에 확실한 부담이 된다”며 “쿠르스크와 도네츠크 점령지에 배치된 북한군이 2~3개월 주기로 순환 교체된다면, 북한은 1년 내 현대전 경험을 갖춘 군인 10만 명을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서울 이태원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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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은 한국전쟁 이후 70년 넘게 실전 경험이 전무한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투 경험을 확보하게 되면 한국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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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이 이어 자주포·곡사포 러 공급
해당 발언은 “북한군의 전투 참여 이후 새롭게 파악된 정보가 있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왔다. 이어 포노마렌코 대사는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의 충돌은 이미 발생했고, 이곳에 현재 1만1000명의 북한군이 있는데 조만간 1만5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 제93 특수부대 여단은 쿠르스크주 레치사 마을에서 동쪽으로 1.5㎞ 떨어진 곳에 배치됐다”며 “이곳에는 제1대대와 제3대대, 지휘부에 장교 72명을 포함한 총 876명의 군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쿠르스크에 북한군 장교로 구성된 통제관리센터가 설치되고 있다는 정보를 처음으로 공유한다”고도 했다. 해당 센터에는 참모 3명과 여단장 4명 등 장군 7명이 포함됐다. 센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 파병군의 이탈을 막는 등 전반적인 관리와 통솔을 담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 spravdi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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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같은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인용해 북한이 자국에서 생산한 M-1989 자주포 50문과 유도탄 발사가 가능한 개량형 240㎜ 방사포 20문을 최근 몇 주간 러시아에 공급했고 이중 일부가 쿠르스크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M-1989 자주포는 1989년 생산됐으며 사정거리는 60㎞다. 개량형 방사포는 구소련의 BM-27을 바탕으로 제작된 무기체계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도 기능이 적용된 신형 240㎜ 방사포 시험 사격에 참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소셜미디어에서도 북한이 러시아에 자주포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확산된 바 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우크라이나 전문 군사·분쟁 뉴스 계정 ‘스타투스6’은 지난 14일 “한 러시아 채널이 북한의 M-1978/1989 곡산 170㎜ 자주포가 러시아로 추정되는 곳에서 기차로 운송되는 사진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사진이 찍힌 곳은 러시아 중부의 크라스노야르스크로 추정됐다.
우크라이나는 북한이 이 무기들을 쿠르스크 전장에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고위 당국자는 FT에 “북한이 이 무기들을 실전에서 운용하고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북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 현장 사진을 조선중앙TV가 공개했다. 이 훈련에는 평사포와 곡사포, 122㎜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 위주로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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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살상용 자율비행 드론 대량 생산 추진
최전선에서 병력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살상용 자율비행 드론의 대량 생산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터저널(WSJ)은 15일 전했다. 해당 드론은 기체에 입력·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설정된 목표물로 날아가 타격하는 방식이다.
WSJ은 이 드론이 미국의 드론 업체 오터린이 설계한 소형 내장형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오터린에서 수만대의 미니어처 컴퓨터인 스카이노드를 받을 예정이며, 내년 초 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종사 한 명이 드론 여러 대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기술 개발도 임박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 업체들도 자율 비행 드론 생산을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살상용 자율비행 드론 대량 생산에 나선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내년 1월 20일)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포탄 지원이 삭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안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을 우크라이나 방공군이 요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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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 발발 1000일, 국제사회 "변함없는 지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000일(오는 19일)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은 잇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은 1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지속적인 제재를 예고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한 시간 가량 통화하며 전쟁을 끝내고 군대를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북한군 파병과 전장 투입이 분쟁을 심각하게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푸틴은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두 정상의 전화 통화는 2년만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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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자국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러시아와의 전쟁이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는 독립된 국가이며,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앉아서 들으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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