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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 연휴 기간 대이동이 바이러스 전파를 가속화해 코로나19 감염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지난달 1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보도 내용입니다. 당시는 베이징 등 일부 도시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올해 중국 춘제 연휴는 1월 21일부터 27일까지입니다. 이 기사에서 글로벌타임스는 많은 지방 정부가 춘제를 전후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월 18일만 해도 '코로나19 감염이 춘제 기간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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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 전후로 정점" 예측…벌써 6억 명 감염 추정
지난달 7일 중국 정부는 방역 완화 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제로 코로나'에서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방역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춘제 연휴를 확산의 정점 시기로 예측했습니다. 우쭌여우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 전문가는 12월 중순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1차 파동으로 보면서, 춘제 무렵 2차 파동이, 이어 귀성객들이 복귀하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3차 파동이 올 것으로 봤습니다. 장보리 공정원 원사는 "1월이나 2월에 코로나19 정점이 온 뒤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장원훙 국가전염병의학센터장도 지난달 18일 "코로나19 파동의 정점이 한 달 내에 올 것"이라며 "3~6개월이 지나면 진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들이 하나같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지난 2일 자유시보 등 타이완 매체들은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6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중국 인구 14억 명 중 40% 이상이 이미 감염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구 8,300만 명의 쓰촨성 보건 당국이 지난달 17~19일, 25~28일 두 차례에 걸쳐 주민 7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답했습니다. 인구 2,200만 명의 수도 베이징은 인구의 90% 이상, 인구 2,500만 명의 상하이는 7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제 6억 명보다 더 많은 중국인들이 코로나19에 걸렸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4일 현재 3년간 전 세계 누적 감염자 수는 6억 6천만 명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도 포함돼 있지만,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수치만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자 지난달 25일부터 일일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불과 한 달 만에 감염된 숫자가 전 세계에서 3년 동안 감염된 숫자에 육박하거나 이를 이미 넘어선 셈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춘제 이전에 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정점을 지날 수 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외부 논문과 기고문을 인용해 "대도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대부분의 도시는 춘제 전에 감염이 정점에 도달한 뒤 진정될 것"이란 관측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1월 4일 기고문을 통해 '대부분의 도시들은 춘제 전에 감염이 정점에 도달한 뒤 진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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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력 강한 변이·사실상 '무방역'이 원인
중국 전문가도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했습니다. 쩡광 전 중국 국가질병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 과학자는 지난달 29일 "1차 확산기에 보통 30% 정도가 감염되는데 이번 코로나19의 감염률 상승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베이징 등에서 확산한 오미크론 BF.7 변이가 이제껏 등장한 코로나19 변이 중 가장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12월 날씨도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호흡기가 비교적 건조해지는 시기에,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 인원의 밀집도마저 높아 바이러스 전파를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대도시에서 소도시로의 인구 이동도 중국 내 빠른 확산을 부채질했습니다. 초기 대규모 감염이 주로 베이징, 충칭, 광저우, 상하이 등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발생했는데,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로 중국 내 이동이 자유로워지다 보니 코로나19가 대도시에서 주변 도시로 빠르게 번져 나갔습니다. 감염자에 대한 격리 조치도 없어지고 방역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다 보니,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사람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연말연시 여행을 가고 새해 맞이 행사에 인파가 구름처럼 모이기도 했습니다.
허베이성 스자좡시(왼쪽)와 장쑤성 난징시의 새해 맞이 행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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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깜깜이' 속 신종 변이 확산이 관건
지난달 15일 중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원사는 "오미크론은 일단 감염되면 1년 이내 재감염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네티즌들은 이 말도 불신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에서 변이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저우 질병통제센터가 최근 일주일간 감염자들을 조사한 결과, 중국 내 지배종인 BA.5.2와 BF.7 변이가 각각 54.1%, 45.8%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XBB와 BQ.1, BQ.1.19 등 신종 변이도 확인됐습니다. 상하이에서도 XBB 변이 감염자 25명이 보고됐고, 이 중 3명은 XBB.1.5 변이 감염자로 파악됐습니다. XBB.1.5는 최근 미국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치료제와 개량 백신에 저항력을 갖춰 재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은 일일 감염자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종 변이가 언제 어디서 발견됐는지 제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신종 변이가 130종이 나왔다는 말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단은 "중국이 제공하는 데이터 일부는 신뢰할 수 없다"며 중국에 투명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보 부족에 따른 당국에 대한 불신은 중국 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XBB 변이가 복통과 설사를 유발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국에선 때아닌 지사제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춘제 이전에 이번 확산의 정점에 도달하더라도 재감염률이 높은 XBB 변이가 퍼질 경우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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