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4일 “2022 교육과정에서 5·18이 빠진 것은 교육과정 서술을 대강화(간략화)했기 때문”이라며 5·18이 교과서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이 제외된 개정 교육과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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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논란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강득구·민형배 의원 등이 지난해 개정·고시된 교육과정에 5·18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기존 교육과정에선 5·18이 7회 등장했는데 새 교육과정에서 빠진 것은 윤석열정부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 5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삭제는)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교육과정과 교과서 작업에 5·18을 최대한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도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민주주의 역사는 퇴색하고 국민은 또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이날 “2022 교육과정은 기존 교육과정과 달리 모든 교과의 ‘학습 요소’ 항목이 생략됐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서술도 최소화했다“며 “이미 이전 정부가 2021년 이런 기본방향을 발표했고, 집필진은 이런 취지에서 서술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에는 대신 ‘4·19 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탐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주화 과정’ 안에 5·18이 포함되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5·18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집필진은 문재인정부에서 구성된 이들로, (5·18 생략에) 윤석열정부 의도가 담긴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부터 3달간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가졌으나 5·18 관련 문제 제기는 없었던 만큼 5·18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여당도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에서 (5·18이) 삭제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때 내린 결정임에도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5·18 정신’은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다. 정부는 교과서에 5·18이 빠지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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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18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반영할 것“이라며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6·25 서술에서도 대강화 기조에 따라 ‘남침’ 표현을 뺐다가 논란이 되자 다시 넣은 바 있다.
교육계에선 교육과정이 정쟁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정을 공개할 때마다 보수·진보 진영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소재로 쓰며 교육과정을 흔드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도 시안 공개 후 보수진영에서는 ‘남침’과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빠진 것 등을 들어 “집필진이 문재인정부때 구성돼 진보 편향적”이라며 주장했다. 반면 진보진영에선 ‘생태전환교육’과 ‘노동’ 서술이 축소됐다며 “윤석열정부 기조가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보수진영 의견은 대폭 반영하고 진보진영 의견은 배제한 채 최종안을 만들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의 경우 집필진은 해당 단어를 넣는 것을 거부했으나 교육부가 직권으로 넣었다.
오월광장 회원들이 4일 광주 동구 광산동 옛전남도청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단어가 삭제된 2022개정교육과정 반대와 현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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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관계자는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다르다. 교육과정에 모든 개념을 다 담을 수 없는데 이를 꼬투리 잡아 진영 싸움으로 흐르는 것이 안타깝다”며 “교육부는 대강화 원칙을 세웠으면서 논란이 나오면 단어를 넣는 식으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어떤 것은 왜 빠졌느냐는 비판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유나·이현미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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