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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이승환의 현장에서] 생소한 청년빈곤, 문제는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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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 더불어민주당 내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전·현직 의원 10여명이 회의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모임의 대표를 맡은 강훈식 의원이 인사말을 했고, 의원 가운에 유일하게 토론자로 참석한 이탄희 의원은 발제자와 나란히 앉아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는 민주당 원내총괄특보를 맡고 있는 김기식 전 의원도 눈에 띄었다.




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연구모임으로 민주당 내 최대 계파로 알려진 더좋은미래 소속 전·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우진 한국 선거학회장(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비례대표제 개혁 어떻게 할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가던 강 교수는 참석자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잠시 숨을 골랐다. 이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최근 노인 빈곤에 관심이 많은데 청년 빈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어 강 교수는 자문자답했다. “왜 그럴까요? 선거제도 문제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 동안 9번의 총선이 치러지면서 20대 나이에서 4명, 30대에서는 91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전체 국회의원의 5%에 해당한다. 21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20대는 없고, 30대 국회의원은 9명뿐이다.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20·30대 국회의원’은 3%에 불과하다. 국제의원연맹(IPU)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121개국 가운데 한국은 40세 이하 청년 의원비율이 118번째로 낮은 나라다.

반면 OECD 국가의 의회 평균 연령을 분석해 보면 대한민국은 평균 54.9세다. 미국(58.4세), 슬로베니아(55.57세), 일본(55.53세) 다음으로 높다. 21대 국회에서 ‘50·60대 국회의원’은 257명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86%를 차지한다.

청년의 ‘과소 대표성’은 사회·경제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금개혁방안을 논의하는 등 한국에서 ‘노인 빈곤’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됐지만, ‘청년 빈곤’은 제도권에서 이슈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다. 2006년 16.7%였던 청년 1인 가구 빈곤율은 2014년 21.2%까지 상승했다.

새해 들어 정치권에 ‘선거제도 개편’이 화두로 떠올랐다. 내년 4월 10일 치러질 22대 총선을 앞두고 현직 의원들로서는 민감한 의제가 던져진 셈이다. 본인의 지역구 관리에 힘을 쏟을 시기인데 정작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지역구 의원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활발한 갑론을박이 펼치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청년 대표성 문제를 해결할 방 안을 ‘비례대표제도’에서 찾는다. 강 교수는 강연 말미에 의원들을 바라보며 “카르텔 체제의 문턱을 낮추고 소수자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확대가 필수다. 지역구에서 소수자들이 바로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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