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사진담당 인터뷰
청와대 안과 밖에서 인간적 모습을 기록한 비하인드 스토리
2023년 계묘년, 제21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해가 바뀌었다. 하지만 무엇이 바뀌었을까. 대한민국 지도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실제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감시는 그리 쉽지 않다.
'구중궁궐' 청와대를 떠나 용산 대통령실로 둥지를 튼 윤석열 정부는 특정 언론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지난해 말 동남아 순방 당시 심장병 환아를 격려한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놓고 조명 촬영 논란을 빚은데 이어 계묘년 새해 기자회견을 생략했고, 도어스테핑 중단을 지속하는 등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팩트>는 신년 기획으로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민들에게 전면 개방된 청와대의 과거 주인이었던 대통령과 지근거리에서 일상을 함께하며 기록으로 남긴 전속 사진 담당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사진의 비밀'을 조명한다. 과거 70여 년간 12명의 역대 대통령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 했던 청와대.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 온 청와대에서 대통령들은 무슨 일로 웃고 울었을까. 또 이들 대통령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것들이 역사의 뒤안길에 남아 있을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들의 전속 사진담당을 했던 이들로부터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를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담당은 당시 문화공보부 소속 공무원으로 그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담당은 현재 정부산하기관에서 근무 중이라 인터뷰를 고사했다.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은 홍보수석실 내에서 근무하며 보통 4~7급의 직급으로 대통령 임기 5년을 함께한다. <편집자 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부터)의 과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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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방한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조깅을 함께 했던 클린턴 미국 대통령. 이날 상대가 즐겨 입었던 조깅 옷차림으로 맞추려 했던 배려심 때문에 옷차림이 서로 바뀌어버린 에피소드가 담긴 사진. / 홍성규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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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의 출판기념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여사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홍성규 씨는 이 사진을 전속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컷으로 선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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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효균 기자]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으로 활동했던 홍성규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 장철영 씨, 문재인 전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 김진석 씨가 지난달 27일 <더팩트>기획취재팀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들만이 간직한 청와대의 이야기를 전했다.
전직 대통령의 사담은 기밀이 될 수도 있기에 보안 서약서도 쓴다는 이들은 이날 비밀이 아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홍성규 씨는 유독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모든 취재진 앞에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하는 배려까지 했다고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 필름들이 아까워 남겨 뒀는데 한번은 그 필름이 이중 촬영이 돼 아무도 모르게 홀로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사진에 사연이 담겨 있었던 것.
홍성규 씨는 외국 정상들이 휴가지에서 쉬거나 골프 치는 사진들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들을 본 뒤 김대중 대통령 휴가를 같이 가겠다고 직접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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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는 당시 자서전 '동행'을 출간해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행사가 끝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마이크를 달라고 하더니 "그동안 나와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자신의 아내이자 민주화운동 동지였던 이 여사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의 큰절을 했던 것이다. 이에 홍성규 사진사는 "당시 이 모습을 보는 나도 울컥했다"라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대통령 앞에서 실수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홍 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 때 기억을 떠올렸다.
홍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에 대한 질문에 김영삼 대통령의 전속이 돼서 처음으로 대통령을 만나 접견실에서 사진을 찍을 때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접견실에 들어갔는데 어떤 정신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났죠.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 장철영 씨가 촬영한 노 전 대통령의 담배 피우는 모습. 장 씨는 처음으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당시에 플래시를 끄지 않고 촬영을 해 노 대통령이 깜짝 놀랐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장철영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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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담당 장철영 씨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한 재밌는 일화를 공개했다.
이는 대통령의 사진은 모든 것이 역사의 기록이라 생각하는 그의 생각에 따른 결정이었다.
"내가 모든 일정을 다 할 수 있도록 대통령한테 결정권을 던진 거죠. 대통령께서 "그렇게 해라. 앞으로 장철영이가 찍는건 누구도 건드리지 마라" 그렇게 말씀하셔가지고 했지만 마지막 해외 순방 가서 그런 말 하시더라고요. 귀찮아 죽겠다고"
이에 장철영 씨는 대통령의 담배피는 모습, 소파에서 잠이 든 모습, 양치하는 모습 등 다양한 사진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또 장 씨는 노 전 대통령이 손녀하고 있는 것을 좋아했고 관저 앞 산책과 뒷산 올라가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손녀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있는 모습. 장철영 씨는 노 전 대통령이 손녀를 위해 딱딱한 자전거 뒷자리에 수건을 깔아놓은 자상하고 배려 넘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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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뒷산 산책길이 지금 청와대 둘레길이 된 거죠. 노 전 대통이 다 만드신 거예요. 지금은 개방돼 일반인들이 많이 보고 있었지만 그 길이 다 노무현 대통령 때 갖춰진 거라고 보시면 돼요. 주말에 쉬는 날 북악산에 자주 올라가셔서 (제가)힘들었어요. 카메라 들고"
노 전 대통령의 특별한 행동에 대해 즈는 "인터뷰라든가 아니면 각국 정상들을 만나기 전에 항상 턱 운동을 많이 했어요.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런 습관이 있었는데 그걸 외신기자가 찍어서 보도를 해버렸어요. 대통령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아서 상당히 당황스러웠죠"
기억에 남는 사진에 대해 장 씨는 노 전 대통령이 손녀하고 같이 자전거 타고 청와대 경내를 달리는 그 뒷모습이 너무 다정해 보였다고 말했다.
"손녀 엉덩이 아프지 말라고 수건을 깔아놓은 모습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김진석 씨는 남북정상회담 시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모습을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사진을 찍은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김진석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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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름을 잘 기억을 못하는 사연에 대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는 것 같은데... (웃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위치에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름을 아시는데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건지 일부러 안 부른 건지 잘 모르겠어요. 대통령님 같은 경우는 저를 따로 이렇게 부르거나 호칭할 필요가 없는 관계거든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움직이는 시선에 따라서 제가 사진을 찍기 때문에. 반말을 하지 않으시거든요. 제가 반말을 한 걸 들어본 적이 없으시고 전형적인 그 경상도 남자 무뚝뚝한 것 같은"
대통령이 쉬는 날에 대해 김 씨는 주로 관저에서 책을 보고 산책을 하고 실제로 관저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얼마 전에 죽은 강아지 마루를 운동시킬 겸 인왕산에 산책을 가면 1~2 시간 정도 일반 등산객들에 파묻혀서 올라가곤 했다는 소탈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 김 씨는 문 전 대통령과 15개국 정도의 순방을 같이 다녔는데, 대통령의 순방 일정은 직원들에게 '지옥 같은 일정'이었다고 말했다.
"숨 쉬기도 힘들 정도로 일정이 너무 많았거든요. 유엔 연설을 해서 뉴욕을 갈 때 1박 4일 순방을 갔죠. 그런데 대통령께서 하루에 국민의 세금 30억씩 들어가는데 우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비행기에서 왔다갔다 할 때 잠을 자자고 하셔서... 도착하자마자 그날 아침부터 일정을 저녁 밤 늦게까지 소화하고 바로 저녁에 비행기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죠. 서울시내에 다녀온 느낌"
김진석 씨는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대통령 선거 운동을 마친 뒤 기차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김정숙 여사가 만나 웃으며 찍은 장면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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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사진 질문에 김 씨는 남북정상회담시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모습, 그날의 회담등을 꼽았다.
"항상 그 장면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고요.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세 명의 전속 사진담당에게 나의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미에 대해 묻자 홍 씨는 "나의 청춘이 묻혀있는 곳이자 대한민국 역사 그 자체이다" 장 씨는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드는 대통령" 김 씨는 "항상 산을 오르는 사람 같다"고 정의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영상취재·편집=김정환 기자>
2편에서 계속→ [대통령 사진의 비밀②] 대통령들도 긴장한 남북회담...盧, 38선 향해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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