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입 맞추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연합뉴스 = 사진 제공]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였다. 장례 절차나 시신이 안치될 장소, 재산과 소지품 처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교황청 공보실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을 발표한 지 1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영적 유언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영적 유언은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후 1년 뒤인 2006년 8월 29일 독일어로 작성한 것으로, 2페이지 분량이다.
먼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어떤 식으로든 내가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79세 때 작성한 이 유언을 통해 “인생의 늦은 시기에 내가 살아온 수십 년을 되돌아보면 감사해야 할 이유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내게 생명을 주시고 혼란의 여러 순간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나를 인도해주신 하느님에게 감사드린다”며 “하느님은 내가 미끄러지기 시작할 때마다 항상 나를 일으켜주고 얼굴을 들어 다시 비춰주신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돌아보면 어둡고 지치는 이 길이 나의 구원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보고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베네딕토 16세는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해 복구 불능의 타격을 입은 독일에서 성장했다. 그가 겨우 7살일 때 독일 나치 정권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았다.
베네딕토 16세는 부모님을 향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내게 생명을 주셨고, 큰 희생을 치르면서도 사랑으로 멋진 집을 준비해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곁에 있던 많은 친구와 선생님, 제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자신이 태어난 고국 독일, 제2의 고향이 된 이탈리아와 로마에도 감사한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신자들을 향해서는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 자신을 혼란 빠뜨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길이며, 진리이며, 생명이며, 교회는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분의 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나의 모든 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나를 영생의 거처로 받아주실 수 있도록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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