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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남중국해 물밑 '부글부글'…中견제, 동남아 무제한 잠수함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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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독일 홀슈타인주 킬에서 열린 싱가포르 해군 잠수함 2척의 진수식 행사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새 잠수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리셴룽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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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해군력 강화 차원에서 잠수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엔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갈수록 심해지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8일 보도했다.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잠수함 추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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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독일 홀슈타인주 킬에서 열린 싱가포르 해군 잠수함 2척의 진수식 행사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왼쪽에서 2번째)와 호칭 총리 부인(리 총리 오른쪽)이 새 잠수함을 바라보고 있다. 호칭 여사 오른쪽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사진 리셴룽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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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잠수함 전력 확충에 가장 적극적인 동남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3일 독일 홀슈타인주 킬을 방문했다. 싱가포르 해군에 인도되는 독일 티센크루프사의 218급 잠수함 2척의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리 총리는 진수식에서 “싱가포르에게 해양 운송·통신선 확보는 생존의 문제”라며 “싱가포르 해군은 이를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수된 2척의 잠수함은 싱가포르가 독일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4척의 잠수함 중 2·3번째다. 1990년대 스웨덴에서 들여온 중고 잠수함 4척을 운용해온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독일산 잠수함을 들여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2024년까지 추가로 1척의 잠수함을 더 들여와 총 8척의 잠수함을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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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독일 홀슈타인주 킬에서 열린 싱가포르 해군 잠수함 2척의 진수식 행사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새 잠수함에 탑승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리셴룽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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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도 잠수함 전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초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잠수함 연구 및 개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2척의 스코르펜급 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합의했다.



잠수함 '0'척 태국·필리핀, 도입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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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태국 해군 관계자들이 러시아의 아무르급 잠수함 모형을 상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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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이 없는 태국과 필리핀도 전력 확보에 힘을 쏟는 중이다. SCMP는 “필리핀은 지난해부터 잠수함 전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프랑스가 남중국해 필리핀 주권 수역에서 해상 탐사를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최신형 잠수함 2척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필리핀 측에 한 상태”라고 전했다.

태국은 2017년 4억 달러(약 5074억 원) 규모의 중국 위안(元)급 잠수함 3척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첫 번째 잠수함이 내년 하반기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계 회사가 잠수함에 들어가는 디젤엔진 판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방침에 따라 독일 정부가 해당 엔진 수출을 금지했다. 잠수함 제조업체 중국선박중공국제무역공사(CSOC)는 태국 측에 독일산 엔진 대신 중국산 엔진으로 바꾸자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태국 측은 안전성을 우려해 엔진 교체를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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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동남아시아 국가 중 잠수함 전력 규모가 가장 큰 건 베트남이다.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 중 잠수함을 가진 곳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미얀마다. 이중 베트남이 6척으로 가장 많은 잠수함을 갖고 있다. 베트남은 2009년 20억 달러(약 2조5370억원)를 들여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잠수함 6척을 들여와 운용하고 있다.



“中 해군력에 맞서려면 잠수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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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킬로급 잠수함. 사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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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잠수함 확보에 열을 올리는 건 남중국해를 두고 중국과 벌이는 영유권 갈등 때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남중국해 일대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기지로 만들고 주변 지역에 해군력을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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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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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들로선 중국의 해군력에 대항할 수단으로 잠수함을 떠올릴 수 있다. 해저 깊숙히 항해하는 잠수함을 추적·감시하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막강한 규모의 항공모함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잠수함이 쏜 어뢰 한 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 유소프이샥 연구소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SCMP에 “중국과 오랫동안 영유권 분쟁을 겪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선 잠수함을 운용해야 할 강력한 전략적 이유가 있다”며 “실제로 베트남이 운용하는 6척의 잠수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전투가 벌어졌을 경우 중국 군함을 저지할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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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 분포. 미국은 필요 시 폭격을 통해 이들 인공섬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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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남중국해를 무대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미 군함과 잠수함 등을 남중국해에 투입하고 있다. SCMP는 “주요 무역 수송로인 남중국해 지배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하다”며 “미·중 양측에서 ‘수중 드론’으로 알려진 무인잠수정(UUV)까지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동남아 국가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잠수함을 찾고 있다.



운용 복잡하고 고비용…값비싼 장난감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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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침몰한 인도네시아 해군의 잠수함 낭갈라함의 2012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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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잠수함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잠수함은 해군 전력 중 가장 운용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잠수함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들간 잠수함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극히 일부 국가만 잠수함 구조선을 갖고 있다”며 잠수함 사고 우려도 제기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 낭갈라함은 지난해 4월 작전 중 침몰하며 53명의 승조원이 숨졌다.

조슈아 버나드 에스페냐 국제개발안보협력(IDSC) 연구원은 “동남아시아의 얕은 해역은 잠수함의 위장 능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제대로 된 운용 능력이 없으면 잠수함은 값비싼 장난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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