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제가 아닌 보편가치 기반 지역질서 강화…특정국가 배제는 아냐"
한국 첫 포괄적 지역전략…자유·평화·번영 아래 9개 중점추진 과제 등 구체화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브리핑하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김효정 이동환 기자 = 대통령실은 28일 인도·태평양 지역외교 전략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본을 공개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지역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인태전략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부터 인태전략 수립을 준비해왔다.
윤 대통령은 약 6개월만인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3대 비전(자유·평화·번영)과 3대 협력 원칙(포용·신뢰·호혜)을 골자로 한 인태전략의 큰 얼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37쪽 보고서는 이를 구체화하고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9개 과제는 ▲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 포괄안보 협력 확대 ▲ 경제안보 네트워크 확충 ▲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이다.
인태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과 상황 진단, 한국이 지향하는 협력 방향 등을 기술한 뒤 북태평양, 동남아,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내외 행위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추진할지를 폭넓게 담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브리핑 |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말씀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인태에 투영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인태 지역을 어떻게 보며 우리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어떤 방향성으로 협력할지를 상세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등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에 국한되거나 경제·통상 협력에 한정됐던 과거 정부의 지역 구상들과 달리, 이 전략을 토대로 인태 지역으로 시야를 넓히고 양자·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자유,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우리 대외전략의 핵심요소로 채택하고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규칙 기반 역내 질서를 강화하고 우리 국익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와 법치, 인권 등을 핵심 요소로 삼은 것은 미국의 인태 전략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개된 인태 전략 보고서 원문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연대를 바탕으로 압제와 강요가 아닌 규칙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지역 질서를 능동적으로 촉진하고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역내 해양안보 협력을 심화하겠다며 "주요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며, 인태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긴요함을 재확인한다"는 언급도 담았다.
한국판 인태전략 최종본 공개…"자유와 연대, 인태에 투영" |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인태 전략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포용'이라며 중국 배제로 해석되는 데 대해선 거리를 뒀다.
보고서에는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하여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한국의 인태 비전은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인 구상"이라고 규정했다.
중국을 기존 규범에 대한 도전 세력이자 현상 변경 세력으로 인식하는 미국 등의 인태전략과는 다소 결을 달리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어떠한 지점에서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우리 이웃인 중국과 협력을 거부한다는 건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며 "윤석열 정부 인태전략의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포용이다.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견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 인태전략과는 달리 한국의 인태전략 보고서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재개하겠다고 하는 등 한중일 3국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보편적 가치나 규칙기반 질서는 누구나 수용할 수 있으며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한국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어젠다 세팅'을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만큼 (성장한) 우리 체구에 맞는 외교를 한다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수립 의의를 강조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는 인태 전략을 성안하는 과정에서 여러 주요국들과 의사소통을 거쳤고 중국과도 소통했다.
외교부는 기존 TF(태스크포스) 형태였던 인태전략팀을 외교전략기획관실 산하 정식 팀으로 설치해 앞으로 이행 작업을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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