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비공식 정상회의 기간 중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오른쪽 둘째),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왼쪽 둘째) 등과 함께 국립 러시아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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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다시 한 번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점점 공격 범위를 넓혀가면서 러시아 본토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 사라토프주(州) 옌겔스에 위치한 공군기지가 드론 공습을 받아 러시아군 3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격추되는 과정에서 떨어진 파편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격은 전투기 파손 등 러시아군 장비에 직접 피해를 주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옌겔스 공군기지 인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의 SNS에는 당시 드론을 격추하는 과정에서 폭발음이 두 번 들렸고 불길이 치솟았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로만 부사르긴 사라토프 주지사는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시내 주거 지역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다"며 "민간 기간시설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옌겔스 공군기지를 대상으로 한 공격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지난 5일에도 해당 기지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옌겔스 공군비행장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5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옌겔스 공군기지가 이달에만 두 번 연속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이곳이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포격의 핵심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군기지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옌겔스 기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포격을 이어가는 러시아군의 거점 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기지에서 운용되는 전투기들은 전략 핵무기 탑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러시아의 핵 전력을 뒷받침하는 전략시설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 등 민간용 기간시설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이번 공격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에 대한 공격이 집요하게 이어지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돼 현재 전기 없이 생활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9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가 41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민 4분의 1이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거의 900만명의 국민이 전기가 끊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주변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직접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꾸준히 우려를 표했다.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노릴 경우 핵 보유국인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고, 확전된다면 최악의 경우 제3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본토 공격을 받아도 더 이상 반격할 여력이 안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 범위를 넓히는 배경을 설명하면서다. 우크라이나가 옌겔스 공군기지를 연이어 공격한 것은 본토 타격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세르히 흐랍스키 전직 우크라이나 군 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지칭한 '레드라인'을 넘어선 경우는 지금까지 매우 많았지만 러시아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왜 그러겠느냐. 러시아군이 이에 대응할 능력이 안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무리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가 바닥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앞으로 두세 번 큰 공격을 할 정도의 무기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바닥이 드러나게 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1주년을 맞는 내년 2월 유엔에서 종전을 위한 글로벌 평화공식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해당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리는 여전히 전쟁에 전념하고 있고 러시아 국민들은 장기적 분쟁을 견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나 회담을 할 예정이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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