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상소기구 대체' MPIA 중재 첫 사례…콜롬비아 미이행 시 '보복관세' 가능
EU vs 콜롬비아 '감자튀김 분쟁' (PG)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콜롬비아를 상대로 3년여간 벌인 이른바 '감자튀김 분쟁'에서 승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벨기에·독일·네덜란드산 냉동 감자튀김에 반(反)덤핑 과세를 부과한 콜롬비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건과 관련, 최종 중재 판결에서 '실질적' 승소를 거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집행위는 "최종적이고 구속력 있는 이번 판결은 콜롬비아의 반덤핑 과세 조처가 WTO 규정을 위반하고 콜롬비아 시장 접근을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점을 확인해준다"고 말했다.
앞서 콜롬비아는 2018년 11월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3개국에서 수입되는 냉동 감자튀김에 8%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가 수출하는 값싼 냉동 감자튀김이 자국 생산업자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EU는 이듬해 11월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콜롬비아를 WTO에 제소했다.
특히 EU 본부가 있는 국가이자 흔히 '프렌치프라이'라고 불리는 감자튀김의 원조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하는 벨기에가 제소를 주도했다.
감자는 중남미 안데스 산악지역이 원산지지만, 벨기에는 세계 최대 감자 가공품 수출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분쟁을 유럽과 콜롬비아 간 '자존심 대결'로 해석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이번 결정은 EU 수출품을 제한하려고 생각하는 모든 국가에 '반덤핑 조사'를 하려면 WTO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덤핑 조사는 특정 국가가 외국산 상품 유입이 자국 연관 산업에 미치는 피해 규모 등 실태를 파악하는 절차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국가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결정은 WTO 상소기구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나온 첫 번째 '최종심'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WTO 제소에서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는 회원국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그 역할 등에 불만을 제기하고 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장기간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이에 WTO 전체 164개 회원국 가운데 20개국은 상소기구의 공백을 메울 별도의 '다자간 임시 상소 중재 약정'(Multiparty Interim Appeal Arbitration Arrangement·MPIA)을 체결하기도 했다. EU와 콜롬비아 모두 MPIA 참여국이다.
콜롬비아는 지난 10월 WTO 1차 중재 판결에서 패소하자 MPIA를 통해 상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PIA 협정에 따라 콜롬비아는 패소 시 그 결과를 이행해야 한다. 이행을 거부하면 EU는 보복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처를 할 수 있다.
집행위도 이번 사안이 MPIA를 통한 첫 분쟁 해결 사례라고 강조하면서 "기한 내에 최종 중재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WTO 분쟁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분명하게 입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집행위는 이어 "WTO 상소기구 기능이 부재한 한 모든 WTO 회원국은 MPIA 협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다른 회원국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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