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
유럽연합(EU)이 산업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을 더욱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개편키로 했다. EU는 향후 육상 및 해상 운송, 건물 난방 등까지 ETS 적용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유럽의회는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EU ETS 개편을 위한 의회·이사회·집행위원회간 합의가 타결됐다고 밝혔다. ETS란 기업들이 일정 수준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경매로 할당받은 뒤, 이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배출권을 팔 수 있게 한 제도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담시켜 기업이 배출량을 스스로 줄이거나, 경감하는 기술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EU는 ETS를 통한 2030년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2005년 배출량 대비 43%에서 62%로 크게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4년에는 기업에 할당하는 배출권 중 9000만t 분량을, 2026년에는 2700만t 분량을 줄이기로 했다. 기업들에 허용하는 탄소배출 총량을 줄여 기후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제도 적용 대상도 늘리기로 했다. ETS는 이제까지 철강과 정유 등 에너지 사용이 많은 산업계와 발전소·항공사 등 약 1만개 기업에 적용됐으나 향후 해상 운송 분야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2027년쯤부터는 ‘ETS II’라는 명칭의 별도 제도를 통해 건물 유지나 도로 운송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에도 ETS를 적용한다. 다만 에너지 공급자에게 적용되는 ETS II는 시민들의 연료비 부담을 유발할 수 있기에, 에너지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 2028년까지 제도 시행이 연기될 전망이다.
ETS의 ‘무료 할당제’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무료 할당제란 철강과 화학, 시멘트 등 국제경쟁이 중요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수준까지는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받게 한 제도다. 이들 기업의 배출권 비용 부담이 늘면 ETS로부터 자유로운 역외 기업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EU가 최근 탄소배출이 많은 역외 국가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며 무료 할당제의 명분은 사라지게 됐다. CBAM으로 역외 기업들도 이제 EU와 동등한 수준의 탄소배출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이에 EU는 2026년부터 2.5% 소폭 감축을 시작으로 2027년 5%, 2028년 10%, 2029년 22.5%, 2030년 48.5% 등으로 무료할당 규모를 축소할 방침이다. 2034년에는 완전히 폐지한다. 역외 수출기업들이 적용받는 CBAM은 2026∼2034년 무료 할당제 순차 폐지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유럽의회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프랑스의 파스칼 캉팽 의원은 AFP통신에 이번 ETS 개편으로 인해 EU 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현행 t당 80∼85유로에서 약 100유로(14만원 상당)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t당 2만원대인 한국과는 최대 7배 차이가 난다.
이날 합의된 개편안에는 저소득 EU 회원국의 산업 현대화 및 첨단 그린기술 분야 투자를 포함한 지원 확대 방안도 포함됐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영세기업,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기후기금’ 신설도 잠정 합의됐다. 개편안은 내년 1월 혹은 2월 중 EU 27개 회원국 동의 및 유럽의회 표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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