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큰 폭 오르내리면서 유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유주도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대표적인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주가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두 기업의 주가는 국제 유가와 동조화 흐름을 보였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한 뒤 정제해서 석유 제품을 판매하는데, 원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을 판매하기까지 통상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원유 값이 오르면, 낮은 가격에 원유를 사놨던 정유사의 정제 마진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매수세가 몰린다. 반대로 원유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면 정제 마진이 줄어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다.
전통적으로 정유주는 국제 유가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확장한 이후 주가가 국제 유가와 비동조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원유 시추 펌프 모형./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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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주가는 이런 ‘정유주의 법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 7만~8만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에쓰오일 주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국제 유가가 껑충 뛰기 시작하자 함께 상승했다. 4월 에쓰오일 주가는 1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후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서 100달러 아래를 밑돌던 국제 유가가 5월 말~6월, 다시 120달러를 웃돌자 주춤하던 에쓰오일 주가도 다시 상승했다. 지난 6월 에쓰오일 주가는 12만원을 넘기도 했다. 9월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안정세를 보이면서 에쓰오일 주가도 최근 7만~8만원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반면 또 다른 정유주 SK이노베이션은 과거와 달리 국제 유가 움직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올해 주가를 보면 올해 초 25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3월에는 오히려 20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3월 국제 유가가 120달러를 웃돌면서 강세를 보였지만, SK이노베이션은 여기에 별다른 호재를 누리지 못했다. 6월 초 주가가 22만원 수준을 회복하긴 했지만, 이내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정제 능력이 가장 큰 1위 정유사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국제 유가와 달리 움직이는 이유는 배터리 사업이 주목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사업을 영위하는 SK에너지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SK온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매출액 비중으로 보면 석유 사업이 70%로 가장 많고 배터리 사업은 8%에 불과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함께 국내 배터리 ‘빅3′로 꼽히면서 배터리 시황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다원화된 셈이다.
에쓰오일 역시 정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품목이다. 여전히 에쓰오일 주가에는 국제 유가 움직임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증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SK온의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 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던 것은 예상보다 SK온 적자 규모가 컸기 때문”이라며 “내년 SK온이 흑자 전환하고 수익성이 개선되면 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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