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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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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세상의 물질로 하느님 드러내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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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펴낸 의정부교구 민락동 성당 강한수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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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펴낸 강한수 신부


사제 되기전 세상 알고 싶어

서울대서 건축 전공후 현장일

“성당은 지상위에 있는 천상의 궁전”

빛을 성당안에 끌어들이는

아치형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

국내엔 서울 성공회성당, 전주 전동성당



“비가시적인 종교적 가치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실재 중의 하나가 건축입니다.”

강한수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 연구소장· 민락동 성당 주임신부)는 건축을 전공한 사제다. 그는 서른살의 나이로 신학교에 입학하기전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현장에서 일한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사제생활을 하다 안식년을 맞아 로마 사피엔자대학교에서 고대 및 중세 건축사를 공부하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면 건축을 공부하다 사제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한 준비로 건축 공부를 선택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신학대학에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제로 산다는 것은 세상 밖이 아닌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느님에 관한 공부를 하기 전에, 세상 것을 공부하고 세상을 알고 싶었습니다.”

강신부는 최근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파람북)을 펴냈다. 로마네스크 성당건축에 대한 안내서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 크게 유행한 건축양식이다. 프랑스의 아름다운 몽셀미셀 수도원, 산티아고 순례길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피사의 성모승천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을 찾기 어려운데 덕수궁옆 서울 성공회 대성당, 전주에 있는 전동성당 등이 로미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유명한 명동 대성당은 고딕양식이다.

“중세무렵 로마의 건축 양식을 교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로마네스크 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고유한 성당의 형태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로마네스크 양식입니다. 건축을 공부했던 사제가 로마네스크 양식에 관심 갖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로마네스크 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두꺼운 벽체와 기둥이다. 빛을 성당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도입된 ‘아치 구조’ 역시 로마네스크의 특징이다. 이때문에 로마네스크 성당에 들어서면 고요와 신비가 느껴진다. 두꺼운 벽체와 작은 창문, 그리고 아치 구조는 사실 성당을 더 크고 높게 지으려는 노력의 결과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세상을 의미하는 수평위에 신을 향한 수직성을 표현하는 양식이다.

가톨릭에서 건축이 상징하는 의미를 묻자 강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성당은 세상의 물질로 만들어졌으나 하느님을 드러내는 곳이예요. 성당은 지상에 있는 천상의 궁전이고, 돌과 흙으로 만들어져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빛이 신 그리스도를 담는 공간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한 신자들이 그리스도를 입는 곳이 바로 성당입니다.”

한국에는 왜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 많지 않냐는 질문에 강신부는 흥미로운 설명을 들려줬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천여 년 전에 시작되어 고딕 양식이 생겨나기 전까지 약 200년 동안 유럽의 성당 형태를 이끌었어요.. 하지만 한국에 성당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백여 년 전입니다. 그 사이 수많은 건축 양식이 등장했고, 건축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 사회, 문화, 구조역학, 건축재료 등이 변화했어요. 현대에 도입되기 시작한 한국 교회 건축에 천여 년 전의 양식을 선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앞으로 많은 건축가들이 로마네스크 성당을 연구하고 재해석한다면 빛이 머무는 로마네스크 성당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전의 것을 부활시켜 지금의 언어로 현대인들에게 말을 걸게 하는 것이 성당 건축가의 몫입니다.”

강신부는 사제서품을 받을때 성품성구로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야서 6장 8절)를 선책했다.

“이 성구는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하느님의 일을 하겠다는 신앙고백’입니다. 언제나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계시는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것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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