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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文정부, 남북관계 의식해 북한 인권 외면하고도 성과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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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주최로 14일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북한인권 문제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일보

권영세 통일부 장관(앞줄 왼쪽 다섯 번째)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을 비롯한 귀빈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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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ㆍ오프 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이신화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는 “북한인권이란 용어가 안타깝게도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굉장히 논쟁의 대상이 됐다”며 “지난 몇 년간 미국과 한국에서는 북한인권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협상 어젠다에서도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사는 이어 “북한 내 인권침해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며 “북한인권 문제의 게토(ghetto)화를 막기 위해 국제적 협력이 시급하고 폭넓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했다는 의미다. 이 대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7월 북한인권대사에 임명됐는데, 해당 자리는 전임 정부 때인 2017년 이후 5년간 공석이었다.

이와 관련 2016년 북한인권법에 따른 초대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햇볕정책 2.0’에 너무 주안점을 뒀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북한인권재단은 여전히 설립되지 못했고, 후임인 이신화 대사가 임명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언급하며 “매우 비인도주의적이며 반헌법적인 일로, 전 정부가 모두 덮었다가 이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북한인권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신기욱 스탠퍼드대학 아태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반응을 우려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인권문제를 도외시했지만,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오늘날 한국 활동가들이 집권 이후로는 북한인권 문제를 도외시하는 게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비핵화와 북한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든 온화한 입장이든 북한인권을 대북정책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김정은 정권은 제재를 더 가해도 눈 깜빡하지 않지만, 북한인권은 아킬레스건으로 꾸준히 논의석상에 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북한인권특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국경 통제가 심해져 북한에 정보를 제공하기도, 북한 내 정보를 얻기도 어려워졌다”면서도 “우리 생각만큼 상황이 빠르게 전개하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끈기 있게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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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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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통일ㆍ대북 정책을 맡고 있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권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남북 인권의 비정상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역사적 과제”라며 “북한 당국이 인권을 개선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 인권정책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남북관계 발전, 통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실질적인 토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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