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통계청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42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만6000명 증가했다. 일자리가 수십만 개 늘긴 했지만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취업자가 크게 줄었던 데 따른 반사효과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피는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기저효과도 연말로 갈수록 희석되고 있다. 5월 93만5000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했던 취업자 증가 폭은 6월 84만1000명, 7월 82만6000명, 8월 80만7000명, 9월 70만7000명, 10월 67만7000명 등 6개월 연이어 줄었다. 고용시장에 점차 한기가 스며들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대별로도 온도 차가 컸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60대 이상(전년 대비 47만9000명) 차지였다. 50대 취업자는 9만2000명, 30대는 6만6000명 ‘찔끔’ 증가하는 데 그쳤고 40대는 6000명 오히려 줄었다. 15~29세 취업자도 5000명 줄었는데, 코로나발(發) 고용 한파가 극심했던 지난해 2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인구 감소 영향이 컸다.
과거 인구가 계속 늘던 시절엔 ‘취업자 수 증가=고용률 상승’은 당연한 공식이었다. 하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가 줄면서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감소했지만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45.1%에서 46.1%로 1년 사이 오히려 상승했다. 청년층 구직난이 아닌 구인난을 걱정해야 할 시절이 오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청년층 실업자 수, 실업률도 전년 대비 상승했지만,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조사 기간 7급 공무원 지방직 전형이 진행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그동안 공식 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공시족’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는 숙박ㆍ음식점업(23만1000명),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14만9000명), 제조업(10만1000명)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반면 도ㆍ소매(-7만8000명), 금융ㆍ보험업(-2만7000명), 운수ㆍ창고업(-1만2000명)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근로자가 지난해와 견줘 67만8000명 늘고 임시근로자(-8만3000명), 일용근로자(-8만4000명)는 줄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9000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만7000명 각각 증가했다. 반면 무급 가족 종사자 수는 4만1000명 감소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동월 기준)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3%로 0.3%포인트 내렸다. 99년 통계 개편 이후 가장 낮았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1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숫자만 보면 고용 호황에 가깝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저효과가 워낙 큰 데다 노후 소득이 적은 고령층이 대거 일자리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서다. 내년 본격적인 고용 한파가 닥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10분의 1 수준인 8만 개에 그치겠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고용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고물가, 금리 인상, 수출 부진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한다”며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은 기저효과, 경기 둔화, 인구 영향 등으로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