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준 일 투자자 예탁금 약 46조원…연 최고점 대비 38%↓
2020년 7월 말 ‘코로나 봉쇄’ 시절로 투심 곤두박질
CMA 잔고도 연 최고점 대비 15.6%↓
은행예금 4%대 시대에 3%대 CMA 경쟁력 뚝
동학개미, 10~11월 코스피서 약 7조원 투매
서학개미도 1~10월 해외 증권투자 전년比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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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직장인 백승훈(35·가명) 씨는 지난해 4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평소 주식 투자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지만, 주변 회사 동료 모두가 주식 투자로 용돈벌이를 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으면 나만 손해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집중 투자했던 백 씨는 두 달 뒤 주가가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뒤늦게나마 주식 투자를 시작하길 잘했다며 만족했다. 하지만, 이후 끝 모를 하락에 투자금이 ‘3분의 1’ 토막 나자 최근 미련 없이 모든 주식을 팔고 말았다.
올 한 해 이어진 약세장에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투심까지 꺾인 소액투자자(개미)들의 주식 시장 ‘엑소더스(대탈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규모가 연일 연중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가운데, 그 규모는 2년 4개월 전 상황까지 후퇴했다. 연말에 이어 내년까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약세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얼어붙은 개미들의 투심이 한동안 돌아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일간 투자자 예탁금은 46조95억600만원으로 2022년 기준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 최고점(1월 17일·74조2589억700만원)에 비하면 38%나 줄어든 셈이다.
7일 기준 예탁금 규모는 무려 869일(약 2년 4개원) 전인 2020년 7월 22일(45조9081억3100만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내리며 경제가 일순간에 마비 상태에 빠졌던 시점과 같은 수준으로 증시 대기자금이 줄어든 것이다. 제대로 된 백신·치료제가 전혀 없던 탓에 공포에 빠져 있던 2년 4개월 전에 비견될 정도로 현재의 투심이 얼어붙었다는 뜻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말한다. 통상 주식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증시 대기성 자금 규모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에도 한파가 밀어닥친 모습이다. 7일 기준 CMA 잔고는 59조7696억2100만원으로 연 최고점(2월 4일·70조1731억5100만원) 대비 15.6% 줄었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투자해 수익을 이자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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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앞다퉈 전체 잔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RP형 CMA의 금리를 3%대로 올리고 있지만 자금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금리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피봇(Pivot·금리 인하)’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최종 기준금리가 종전 예상치인 4.6%를 넘어 5%대를 넘길 것이란 전망까지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금리에 치명적인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경우, 나스닥 지수의 영향이 큰 국내 증시 역시 곧장 악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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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대에 형성되고 최고 5%에 이르는 상황에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 투자에 나서거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CMA에 자금을 넣어둘 이유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동학개미들은 지난 10월 코스피 시장에서 2조7040억원을 투매한 데 이어 11월에도 4조1777억원 순매도했다. 서학개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해외 증권투자액은 333억달러로 전년 동기(531억2000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37.3%나 줄었다.
문제는 올 연말과 내년 연초에도 주식 시장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1월 1일로 시행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까지 더해지며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거래일 전에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모두가 기대하던 12월의 ‘산타랠리’는 올해엔 안식년으로 산타가 휴식에 들어간 탓에 힘들 것”이라며 “금리와 중국 리오프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등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는 물론 국내 증시의 벨류에이션 부담까지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요소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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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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