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스포츠기자 그랜트 월(48)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웃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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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스포츠기자가 10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취재하던 중 갑자기 사망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랜트 월(48) 기자는 이날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네덜란드의 8강전을 취재하던 중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동료 기자들은 “연장전이 진행 중일 때 월이 기자석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전했다. 그는 쓰러진 후 바로 응급조치를 받고 도하의 하마드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다.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월 기자는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 개인 웹사이트에 “내 몸이 마침내 무너졌다. 3주간 잠도 제대로 못 잔 데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일에 시달렸다”면서 “10일 동안 앓던 감기가 미국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던 날 증세가 더 심해졌다. 가슴 윗부분에 강한 압박감과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메인미디어센터 내 의료실에서 기관지염을 진단받고 항생제를 복용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1996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월 기자는 졸업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축구와 대학 농구를 주로 취재했다. 그는 지금까지 남자 월드컵 6번, 여자 월드컵은 5번 취재해 이번 월드컵이 현장에서 취재하는 11번째 월드컵이었을 정도로 베테랑 언론인이었다. 월 기자는 성 소수자 권리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성 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 위해 무지개색 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가 안전요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미국축구협회는 월 기자의 사망에 성명을 내고 애도를 표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성명에서 “축구에 대한 그의 사랑은 엄청났고, 전 세계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은 그의 보도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슬퍼했다.
이날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8강전을 앞두고 FIFA는 장내 방송을 통해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장내 방송 아나운서는 “그랜트는 자신의 일을 통해 수백만명과 축구에 대한 사랑을 나눴다”면서 “FIFA와 축구계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의 아내 셀린과 가족들,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트위터에 “그랜드는 LGBTQ 공동체를 옹호해왔고 여자 축구를 적극 지지해왔다”면서 “그는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사를 썼다. 가족들에게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그랜트 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면서 “국무부 관리들이 그의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가족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카타르 고위 관리들과도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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