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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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복합경제위기에 대처하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를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해 국회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일 제가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정기국회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도록 촉구한 것은 대한민국이 위기관리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국회가 나라 안팎에 보여주자는 의미였다”며 “예산안 합의 처리가 지연돼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위기관리능력에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되면 국제금융자본의 이탈 등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은 정부 사업들의 단순한 숫자 총합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의지와 국민과 민생을 돌보겠다는 국회의 결의가 담긴 사회적 합의문서”라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민생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운영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다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예산안 처리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원내 과반이 훨씬 넘는 제1야당도 다수당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으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비록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서둘러 달라.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이자 국민의 명령인 예산안 처리를 수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저는 1년 반 뒤에는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정계를 은퇴해 초야로 돌아갈 사람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중립적 입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충정뿐”이라며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미래를 향한 전진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오직 국민과 민생을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홍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정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친 뒤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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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끈을 이어갔지만,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쟁점에 대한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양당은 10일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당 원내대표가 저녁을 같이했다고 들었다.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진전은 없었고 기존의 의사를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법인세 부분이, 서로 양당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부딪히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면서 “민주당의 태도 전환, 자세 전환, 위기 극복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고 현재는 교착상태”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용산이라고 하는 벽이 버티고 있어서 그걸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0일 또는 11일 합의 가능성에 대해선 “그건 대통령과 여당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우리는 다 양보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렵다고 몇 번에 걸쳐서 얘기했고 저쪽도 안다. 그런데 우리가 해줄 수 없는 것까지 무리하게 다 요구하니까 그게 어려운 것 아니겠냐. 하여튼 내일도 우리는 계속 쉬지 않고 일을 한다”고 했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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