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디어미래비전포럼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리인벤트시대 미디어 위기와 정상화' 세미나에 구종상 포럼 상임대표(앞줄 왼쪽 둘째)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도 여전히 가짜뉴스를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 문제는 공룡 뉴스포털이 이런 '적극적 오인자'를 재생산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명백한 가짜뉴스임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포털 등 미디어 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조속히 수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술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뉴스 보도의 틀을 복제하고 기사 구성 요건을 갖춰 가짜뉴스에 대한 미디어 이용자들의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다.
9일 미디어미래비전포럼(상임대표 구종상)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리인벤트시대 미디어 위기와 정상화' 세미나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은 확증편향과 적극적 오인자를 양산하는 가짜뉴스 해결 방안 등을 주제로 뜨거운 논의를 이어갔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가짜뉴스의 진화 양상을 지적하며 법·제도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가짜뉴스의 형식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정보가 전달되는 외적인 형태 차이만으로도 독자들의 신뢰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타인을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된 가짜뉴스는 언론사의 제호와 바이라인(기자 이름 표기), 기사 구성 등을 갖춰 공신력 있는 정보라는 인상을 준다"고 경고했다.
또 가짜뉴스를 온라인 기사 형태로 제시할 경우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형태로 노출할 때보다 신뢰도가 증가한다는 언론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이에 따른 사회적 위협 요인으로 '적극적 오인자' 양산 문제를 환기시켰다. 적극적 오인자는 틀린 지식을 바탕으로 공적 영역에서 눈에 띄게 활동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 교수는 사회가 갈수록 양분화한 상태에서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취하는 확증편향과 적극적 오인자 확산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고 진단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21년 미국 의사당 습격 사건이다. 큐어논, 프라우드 보이스 등 적극적 오인자들이 선거 부정이라는 음모론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퍼 나르며 의사당 습격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청담동 술집 보도,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캄보디아 조명 논란 등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제기한 의혹이 명백한 허위로 드러났음에도 포털의 반복적인 재생산으로 여전히 가짜뉴스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공룡 포털에 언론사와 같은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포털이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유사 언론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포털 뉴스 운영 방식을 다루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민간 자율기구가 아닌, 법정기구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제평위와 알고리즘투명위원회(투명위)를 법정기구로 전환해 법적 규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방통위가 이끄는 '포털뉴스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협의체'는 제평위를 방패로 내세워 뉴스 유통과 관련한 직접 책임을 회피한다는 언론계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협의체는 제평위 법정화 문제와 더불어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와 비슷한 형태의 '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해 포털이 내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통위는 협의체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에서 합의점을 도출하고 이를 정보통신망법에 반영해 내년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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