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비트코인 채굴 투자로 수익을 얻어 온 회사원 전모(31)씨는 당분간 투자를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를 넘겼던 지난해 말에는 채굴 투자로 큰 돈을 벌었지만, 최근 가격이 1만달러대까지 떨어져 더 이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여러 채굴 사이트에 투자금을 넣고 일일 채굴량만큼 코인을 받는 식으로 수익을 얻어왔다.
전씨는 “코인 가격이 상승하던 지난해에는 채굴 투자로 8000만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수익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투자를 그만 둘 생각”이라고 했다.
올 들어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신청 등 연이은 악재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도 수익성 악화와 투자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 수준으로는 채굴을 할수록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마이닝센터 내부 모습. /탈라스디에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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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만6826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7% 하락했다. 최고점을 찍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73%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최근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으로 1년 간 가격이 계속 약세를 보인 것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코인 채굴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는 일부 채굴업체들의 주가도 급락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업체로는 미국의 코어사이언티픽, 테라울프, 스트롱홀드디지털마이닝 등이 있다. 코어사이언티픽은 코인 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해 5억4450만달러의 이익을 거둬 전년 대비 이익이 8배 넘게 급증했지만, 올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업체로 알려진 테라울프의 경우 올 들어 주가가 93% 이상 폭락했고, 스트롱홀드디지털마이닝 주가도 94%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함께 채굴기 가격 역시 떨어졌다. 보통 채굴기 가격은 비트코인 가격에 연동해 움직인다.
비트코인 채굴에 투자할 수 있는 한 인터넷 웹사이트의 모습.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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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 서비스 업체 룩소르테크놀러지에 따르면 100테라해시 당 가격은 지난해 106달러에서 현재 24달러로 77.3% 폭락했다. 테라해시는 채굴기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로 수치가 높을수록 더 빠른 속도로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
국내 채굴업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채굴업체들이 이용하는 채굴기는 95테라해시 미만인데,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채굴을 해도 오히려 피해를 보는 상황에 놓였다.
한 채굴업체 관계자는 “채굴을 지속하려면 비트코인 가격이 최소 2만달러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며 “현재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진 가격으로는 채굴을 할수록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채굴업체 중 하나인 킹콩마이닝의 경우 최근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채굴 사업을 시작한 킹콩마이닝은 현재 카자흐스탄에 채굴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0% 넘게 증가한 7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수익성 악화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여러 채굴업체들은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가 많아 가격이 반등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FTX의 파산 후폭풍으로 인해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 위메이드의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의 상장 폐지로 시장 전체적인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채굴업체 관계자는 “내년 가상화폐 가격은 현 수준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는 채굴업체들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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