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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임기 곧 만료되는 금융지주 회장들 다 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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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하겠다”고 했던 신한금융지주 회장 갑자기 사퇴

조선일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후보 사퇴 결정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와 이사회를 열고 진옥동 현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정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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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신한금융그룹 임직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3연임을 예상했던 조용병 현 회장이 용퇴하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서로 물으며 이변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회장의 퇴진이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금융권에서는 “외풍(外風)이 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관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은 3연임 의지가 강했고 실적과 내부 기반이 모두 탄탄했다”며 “조 회장이 과연 자의로 퇴장을 결심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조용병 회장, “추대해도 고사하겠다”

조 회장은 이날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에서 3인의 최종 후보 가운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이어 맨 마지막에 들어가겠다고 자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면접장에서 “용퇴하겠다. 설령 추대한다고 해도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 행장도 조 회장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사퇴를 예상하지 못해 놀랐다고 신한금융 관계자들은 전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퇴근하면서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직원들도 징계를 받았다”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세대 교체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주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 경영인으로서 차기, 차차기를 보면서 인사를 해야 한다”며 “(차기 회장 후보군에)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 때문에 세대 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조 회장은 스스로 용퇴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회장은 주변에 “3연임하면 조직 개편에 힘을 쏟겠다”고 말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권력 핵심 인사가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통해 조 회장에게 ‘신호’를 줬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만약 그렇다면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금융회사에 과도한 개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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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3연임될까?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은 재일동포 주주그룹이 버티고 있어 정부 입김이 가장 닿기 어려운 곳으로 꼽혔다. 이런 신한금융을 이끄는 조 회장이 갑자기 물러나게 되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의 자리는 더 위태로워졌다.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안전한 경우는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3연임이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했다. 차기 하마평에는 경제 관료 출신들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내부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금융회사 수장 물갈이 과정에서 정부가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 전직 관료를 앉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NH농협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서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손병환 현 회장이 제외됐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된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도 관료 출신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임기 만료를 4개월 앞두고 지난달 사퇴했는데, 차기 회장에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복현 금감원장 “CEO 리스크 관리는 책무”

금융 당국은 계속되는 ‘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정 부분 개입은 필요하다는 의사가 강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이 규제 산업인데 최고경영자(CEO) 선임에서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리스크를 안 보는 건 더 이상한 것 아니냐”며 “CEO 리스크 관리를 하는 건 금감원의 재량이 아닌 책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달 라임펀드 사건으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낙하산 논란에 대해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권력 핵심부에 많이 포진한 현 정권 특성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권력자 측근이나 현장 경험 없는 모피아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면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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