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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동서남북] 백신 개발, 단발성 이벤트로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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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

국내 접종 점유율 1%도 안 돼

팬데믹후 ‘방역안보’ 중요성 커져

백신 개발 경험 적극 활용해야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때는 지난해 2월 26일이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403일 만이었다. 맨 처음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접종됐고, 이후 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백스·SK바이오사이언스(스카이코비원) 등 6사 제품으로 늘었다. 지난 7일까지 국내 접종에 사용된 백신은 총 1억3479만회분. 이 중 국산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누적 접종 건수는 4253건(0.003%)에 불과했다.

조선일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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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접종이 시작된 후발 주자 스카이코비원의 누적 접종 횟수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지만 10월 이후 접종 횟수(2041건)도 전체 백신 중 접종 비율이 0.6%에 그친다. 그나마 앞으로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겨울철 추가 접종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화이자·모더나 개량 백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코비원은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해 만든 백신이다. 스카이코비원 제조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백신의 완제품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와 계약한 1000만회분 중에서 초도 물량 61만회분을 뺀 나머지는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큰 기대를 모았던 국산 1호 스카이코비원은 선진 제약사들의 개발 ‘속도’에 한참 못 미쳤고, 시장을 선점한 화이자·모더나의 벽을 넘을 장점도 없었다. 백신 개발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국민적 관심이 모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싸늘하게 사그라져 버렸다. 사업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 백신은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실패를 소중한 실패로 만들어야 우리 바이오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영국·독일·중국·인도뿐이다. 러시아는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가 백신을 개발한 경험과 성과는 그래서 소중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보건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특히 ‘백신 주권’을 가졌느냐에 따라 나라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백신을 먼저 개발한 미국·영국이 자국 국민을 상대로 접종에 나섰을 때 나머지 국가는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 초기 정부가 ‘K방역’에 취해 백신 도입 시기를 놓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음 팬데믹 상황에서는 이번에 구축한 백신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대응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해야 한다.

모더나가 그 빠른 시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은 기초 준비가 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에 10년 이상 매년 5000억원 넘게 투자하며 연구한 끝에 나온 축적의 산물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더해졌다. 미국은 코로나 백신 개발·공급에 20조원을 투입했다. 미 정부는 국가 안보에 필요한 의약품을 민간 기업이 연구·제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99억달러를 지원했고 2019년부터 2029년까지 71억달러를 투입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럽·남미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한국 축구팀이 처음부터 그런 전력(戰力)을 갖췄던 것은 아니다. 긴 안목으로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을 쌓았다.

백신 개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기간에 반짝 진행하는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고, 순식간에 끓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식이어서는 지난한 바이오 전쟁을 이겨낼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번 팬데믹이 잠잠해진 후 백신 개발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 글로벌 벽 앞에 또다시 멈춰 서게 된다.

[김승범 사회정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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