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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우리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 이제 일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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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무역흑자·적자국 순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 미중 갈등 장기화에 따른 경제 블록화가 가속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와 적자 교역국 순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무역 흑자 상대국 1위 자리에는 홍콩과 중국이 밀려나며 베트남이 처음으로 올랐고, 무역 적자 상대국에는 자원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호주가 일본을 밀어내고 1~2위가 예상된다.

일본에서 소재·부품·장비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 이를 중국 시장에 수출해 돈을 벌어들이던 우리 무역·산업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교역 상황은 국내외 경기 변동뿐 아니라 우리나라 무역·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무역 흑자,적자 상대국 top5


◇베트남 처음으로 최대 무역 흑자국 등극

8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베트남은 올해 우리나라 무역 흑자 상대국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대(對)베트남 무역 흑자 규모는 287억달러(약 38조원)로 2위인 미국과 50억달러 이상 차이를 보였다. 잠정 집계 결과 11월까지 누적 흑자는 326억달러로 2021년 한 해 흑자 규모(327억달러)와 비슷하다. 베트남은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 중국을 제치고 2위 무역 흑자 상대국이 된 데 이어 2년 만에 1위에 오르게 됐다.

반면 2003년 이후 우리나라 무역 흑자 상대국에서 1·2위를 주고받던 중국과 홍콩은 코로나 봉쇄가 이어지며 대중(對中) 수출이 부진, 순위가 크게 내려갔다. 중국으로 중계무역이 많은 홍콩은 지난해 1위에서 올해 3위로, 3위였던 중국은 5월부터 적자가 이어지며 10위 밖으로 밀렸다.

무역 적자 상대국도 국내 원유 수입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적자 314억달러)가 일본을 제치고 1위다. 일본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위였지만 올해는 200억달러 적자로 3위로 내려갔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입 1위에 오른 호주(218억달러)가 사우디 뒤를 이었다. 원유·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에너지 수입국에 대한 무역 역조 현상이 심각해진 탓이다.

올 들어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96%, 호주산 천연가스 수입은 196% 급증했다. 무역 적자 상대국 10위 내에는 사우디, 호주 외에도 카타르(4위), 쿠웨이트(6위), UAE(7위), 러시아(8위), 이라크(9위) 등 에너지 부국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국 비중 축소 불가피… ”새 시장 찾아야”

특히 심각한 곳은 중국 시장이다.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2013년 사상 최대인 628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43억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10월까지 26억달러 흑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우리 제품이 밀려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1~10월 우리 수출에서 중국의 비율은 23.1%로 2008년(21.7%) 이후 최저다.

공급망 재편 속에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수출 기지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추이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해 주요 베트남 수출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합성수지 등 중간재가 대부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삼성·LG 등의 현지 공장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다는 점에서 베트남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입도 수출 부진 탓에 소재·부품·장비 수입이 줄어 대일 무역 적자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대일 수입 품목 중 올해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플라스틱 제품은 10% 이상 수입액이 감소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의미”라며 “인도와 동남아 등 새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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