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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흑산 홍어가 군산에 밀렸다고? 어민들이 열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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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 “어획량 규제 때문에 최대산지 명성 잃어”… 정부 “제도개선 검토”

조선일보

홍어 주산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 해역 홍어 어획량이 최근 전북 군산 해역 어획량에 추월당했다. 흑산 지역 홍어잡이 어민들은 “홍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시행에 따라 흑산과 인천 해역은 어획량 제한을 받는 반면, 군산 등 다른 해역은 TAC 적용을 받지 않고 무제한 조업을 하기 때문”이라며 TAC를 서해안 모든 해역으로 확대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신안군수협 흑산지점 홍어 위판(경매) 모습.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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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흑산 홍어’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전남 신안군 흑산 해역의 홍어 어획량이 전북 군산 해역에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홍어 주산지’의 명성을 군산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흑산 해역 홍어잡이 어민들은 “홍어 TAC(total allowable catch·총허용어획량) 제도가 흑산도와 인천 해역 등 2곳에만 적용돼 어획량 규제를 받는 반면, 나머지 해역에서는 무제한으로 조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홍어가 서해안 일대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는 회유성 어종인 만큼, 흑산도와 인천뿐 아니라 전북·충남·경기 등 서해안 전역으로 TAC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이상수 신안수협 이사는 “30년 전 자원 고갈로 홍어잡이 명맥이 끊길 뻔한 위기를 겪은 뒤 어민들이 금어기(禁漁期)와 TAC 제도 등을 충실히 지키며 자원을 회복했다”며 “TAC 적용에서 제외된 전북 등 중간 해역에서 홍어를 무제한 남획하면 또다시 자원 고갈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TAC 해역 확대를 줄기차게 촉구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8일 전남도와 신안군, 전북 군산시 등에 따르면, 전남의 홍어 어획량은 2019년 663t(전국 1287t), 2020년 989t(전국 2054t), 2021년 1004t(전국 3121t)이었다. 어획량 자체는 증가세지만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32%까지 줄어든 것이다.

반면 전북 군산 지역 어획량은 2017년 4t에 불과했으나, 2018년 36t, 2019년 224t, 2020년 637t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417t(전국의 45%)으로 전남을 크게 앞질렀다. 올 들어서도 지난 9월 말까지 이미 700t을 넘어섰다고 군산시는 밝혔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2009년 도입된 TAC 제도가 흑산과 인천 해역의 어획량을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남 지역민들 얘기다. 흑산 해역 배정량은 2019년 281t, 2020년 331t, 지난해에는 583t이었다. 올해(2022년 7월~2023년 6월)는 흑산 해역이 592t, 인천 대청도 해역은 210t을 배정받았다.

김호영 신안군 수산정책팀 주무관은 “지난해 군산 해역 홍어 어획량은 흑산 해역 TAC 배정량의 2배를 넘는다”며 “겨울철 홍어가 남하하는 길목인 군산 근해에서 제한 없이 홍어를 잡는 바람에, 어획량 규제를 받는 흑산 어민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억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도의회, 신안군 등은 지난 10월 ‘총허용어획량 제도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 신안군과 전남도는 같은 달 31일 해양수산부를 찾아 홍어 TAC와 관련한 어민들 목소리를 전달하고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이경석 전남도 어선어업팀장은 “홍어 TAC를 흑산과 인천 해역에만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홍어 자원 보호’라는 TAC 제도의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 일”이라며 “어민 의견을 수렴해 TAC를 서해안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수년째 건의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흑산) 어민들의 건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나, TAC 확대는 자원 상태에 대한 평가와 타 지역 어민 의견 등을 충분히 검토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홍어(洪魚)는 ‘조선왕조실록’ 등에 왕에게 진상한 귀한 식재료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흑산도 홍어는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한 정약전(丁若銓·1758~1816)의 ‘자산어보’, 19세기 홍어 장수 문순득의 ‘표해시말’에도 기록된 역사적 식재료다. 한때 흑산도 근해에서 잡히는 홍어가 국내 홍어 어획량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만큼 흑산도는 홍어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흑산 해역에서는 근해 연승, 연안 복합 어선 19척이 홍어잡이를 하고 있다. 흑산 해역에서 주낙·연승 같은 전통 어로 방식으로 행하는 ‘흑산 홍어잡이’는 지난해 9월 제11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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