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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행복에도 계획과 검토가 필요하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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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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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이다. 겨울 월드컵 때문인지 예년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시내 번화가에는 어느새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기 시작했고,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에는 화려한 장식들이 더해져 슬슬 연말 분위기를 풍긴다. 뜨거웠던 카타르 월드컵의 벅찬 감동은 앞으로 두고두고 곱씹을 모두의 추억으로 남기고, 지금은 각자 한 해를 차분히 돌아봐야 하는 시기이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되짚어 보는 작업은 이제 남은 몇 주간 공들여서 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한 해를 결산하는 시간은 두근두근 긴장되기도 또 설레기도 한다. 이미 해낸 것과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달성 여부를 떠나 지난 일 년간 성실하게 제 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자. 그 길 위에서 맞닥뜨린 문제와 난관 앞에 비틀거렸을지언정 넘어지지 않았고, 넘어졌을지라도 다시 일어선 나를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누가 알아줄 것인가. '작심삼일'을 숱하게 반복한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의 끈기 혹은 오기가 대견하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볼 때 양적 성과만이 아니라 질적 측면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좋은 삶'을 탐구하는 긍정심리학자들은 행복을 위해서는 객관적 지표보다 삶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만족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즈음 우리가 검토해야 할 항목에는 소득이나 성과 외에도, 우리가 그동안 지속해 온 '활동', 주요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활동'은 소득(돈), 직업(일), 여가(놀이), 학습(배움), 예술(창작), 봉사(자선)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고, '관계'는 사랑, 우정, 자녀, 부모 형제로 구분할 수 있으며, '환경'은 우리가 거주하는 집, 어울려 살아가는 이웃과 동네, 소속된 지역구나 도시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번 연말에는 이렇게 삶의 여러 면면을 구분하여 스스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는지 영역별로 평가하는 행복 결산표를 작성해 보자.

재정적 측면과 직업적 성과로 대표되는 양적 측면에 치우쳐 판가름하려 들면, 지난 일 년이 행복한 한 해였고 좋은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돈은 언제나 부족하기 마련이고, 직업적 성공과 실패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적 변수들이 많이 개입되니 말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단지 금융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황금 같은 시간과 노력을 돈, 일, 놀이, 배움, 예술, 봉사, 사랑, 우정, 자녀, 친족, 집, 이웃, 지역 도시 등등 여러 영역에 분산하여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해마다 연말에는 영역별로 스스로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결산해 보는 것이 좋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한 미래 계획도 필요하다. 지난해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좀 더 행복하려면 건강한 몸과 마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졌다 할지라도 삶의 의미와 목적이 없다면 가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표류하기 쉽고, 남들이 달리니 영문도 모르고 따라 달리는 멍청이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스스로 물어보자. 다가오는 새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내가 섬기고픈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한국일보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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