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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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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미국과 韓·日·EU, 中견제 위해 IRA·반도체 대타협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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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5월 독일 북부 엠덴의 폴크스바겐 공장의 전기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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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두고 한국·일본·유럽연합(EU)이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이 동맹인 이들 나라와 필요한 걸 서로 주고받는 대타협(Grand Bargain)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 미 언론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국은 IRA에 따라 줄어들 수 있는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동맹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제공하고, 대신 동맹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미 의회를 통과한 IRA는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되는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으로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과 일본, EU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IRA 미세 조정’(tweak)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아직 뚜렷한 변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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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열린 EU-서발칸 6개국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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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EU는 미국을 강하게 압박 중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4일 “IRA가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EU는 IRA에 대항하기 위해 국가보조금 제도를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도 이날 “IRA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도 자국산 전기차에 IRA 적용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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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9월 백악관에서 연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축하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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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한국과 일본, EU의 반발에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IRA는 막대한 보조금을 주며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산업을 육성하려고 만든 법인데, 현재는 이 법이 동맹국을 중국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라 IRA가 아니어도 외국 전기차 관련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독일의 폴크스바겐, 일본의 혼다·도요타, 한국의 SK온·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미국에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이미 지었거나 지을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中반도체 규제 동참 주고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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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사진 AS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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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IRA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통과된 IRA를 개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미 재무부의 행정 재량권을 통해 IRA 조항에 동맹국 기업의 제품이 더 많이 포함될 수 있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면서다.

대신 이를 위해선 동맹국들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WSJ는 IRA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동맹국 전기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미국이 추진 중인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에 동맹국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이 아닌 제3국 기업이라도 미국의 기술·장비를 쓸 경우 중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걸 제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 동참을 요구했다. 하지만 세계 2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의 ASML은 미국의 조치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주요 시장인 중국의 잠재적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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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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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중국의 궁극적 목표는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첨단기술의 자립”이라며 “고속철도·통신 장비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자국 기업이 중국과 해외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가지기 전까지만 해외 기업의 자국 시장 진출을 장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마음대로 하도록 놔둔다면 한국과 일본, 유럽 반도체 기업이 가진 세계 시장점유율은 수십 년 뒤 사라질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이 정치적 대타협을 이루고 구체적 실행안을 도출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합의만 된다면 이는 양측에 장기적으로 매우 큰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불룸버그 통신은 “네덜란드가 미국과 합의에 따라 지난 10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한 제조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것”이라며 “네덜란드 정부의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군사적 야망을 꺾으려는 미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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