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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푸틴 “전쟁 장기화” 직접 거론…우크라 “대재난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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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이례적으로 전쟁 장기화 전망 내놔

키이우 시장 “할리우드 재난영화 같아질 수도”


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힌 7일(현지시각)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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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쟁 상황이 날로 암울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인권이사회 연례회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의 기간에 대해 말하자면, 물론 이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러시아를 “존재할 권리라고는 없는 2류 국가”로 보고 있다며 러시아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우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핵무기를 다시 거론했다. 그는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 전쟁의 기간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전투에서 잇따라 패배하고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공군기지까지 공격당하면서 정부와 군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걸 의식하며, 신속한 승리를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그와 함께 러시아군이 그동안 거둔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등을 자국 영토로 병합함으로써 새로운 영토를 확보한 것이 “러시아의 상당한 성과”라며 돈바스 남쪽의 아조우해도 러시아의 내해(자국 영토로 둘러싸인 바다)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추가 예비군 징집 가능성은 배제했다. 그는 지난 9월과 10월에 징집한 30만명의 예비군 가운데 15만명이 우크라이나로 파견됐으며 이 가운데 7만7천명은 전투 부대에 대치됐다고 말했다. 또 나머지 15만명은 여전히 훈련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 징집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9월 말 예비군 징집 조처에 나서자, 젊은이들이 대거 외국으로 탈출하는 등 국민들 사이에 불안이 확산되고 경제도 흔들린 바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발표한 거시경제 및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징집령으로 촉발된 일시적 경제 침체가 극복됐다며 소비 위축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은 정부 지출과 민간 대출 증가를 거론하며 물가 인상 압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 작전을 쉽게 끝내지 않을 의지를 보인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의 에너지 시설 공격이 계속되면 올 겨울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키이우에 전력, 수도, 난방 공급이 끊길 수 있다”며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 나오듯, 너무 추워서 주거가 불가능해지는 대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악의 상황은 기온이 영하 15℃까지 떨어지는 한 겨울에 중앙난방이 끊기는 경우라며 “기온이 떨어지는데도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못하면 (동파 우려 때문에) 수도 공급도 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재 키이우의 전력 부족분이 전체 수요의 20% 정도이며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어, 주민들이 도시를 떠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고 있는 벨라루스가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지역의 테러 위험에 대비해 군 병력과 장비 이동 작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와 인접한 벨라루스 영토를 러시아의 공격 작전에 개방할 것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타나 주목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벨라루스에는 현재 러시아군 수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주말 예정에 없이 벨라루스를 방문해 두나라의 안보협력 협정 개정안에 서명했으나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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