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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러시아 본토, 이틀째 공격당해…확전 위기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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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공군 기지 두 곳 이어 6일에도 두 곳

러시아, 우크라군의 드론 공격으로 판단

우크라 대통령, 강력한 반격 의지 과시

미국, “본토 공격 지원하지 않는다” 강조


한겨레

6일 드론 공격을 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공항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쿠르스크/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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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본토의 군사시설 등이 이틀 연속 공격을 당하면서, 전쟁 확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공격을 자국군이 벌였는지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보고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을 권한 적도, 지원한 적도 없다고 밝히며 확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90㎞ 정도 떨어진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 당국은 6일(현지시각) 쿠르스크 공항이 드론 공격을 당해 유류 저장소에 불이 났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로만 스타로뵤트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일부 독립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 떨어진 산업 시설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시설에 대한 공격은 유류 저장시설을 겨냥했지만, 목표물을 맞추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격은 전날 러시아 내 두 곳의 공군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발생했다. 전날엔 랴잔주 댜길레보 공군기지와 사라토프주의 엔겔스 공군기지가 드론 공격을 당했다. 두 기지는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투폴레프 티유(TU)-95’가 발진하는 기지이며 특히 댜길레보 기지는 수도 모스크바에서 불과 200여㎞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민간 군사 논평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국경에서 몇백㎞ 떨어진 지역까지 공격할 수 있다면 모스크바도 안전하지 않다며 러시아군의 방공 허점을 비판하고 나섰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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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는 댜길레보 공군기지 공격으로 3명의 군인이 사망했다며 옛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무인기 ‘티유-141 스트리시’가 두 공군기지 공격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 무인 공격기는 1970년대에 실전에 투입된 정찰항공기이며, 비행거리는 1천㎞ 정도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이 무인기를 일부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군이 공격을 벌였는지 여부에 대해 공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 유리 이나트는 “의심의 여지 없이 좋은 소식”이라며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전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만 밝혔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우크라이나 전 국방장관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했는지 확인하진 못했다면서도 “누군가 공격을 하면, 반격을 하기 마련”이라며 “러시아는 무적이며 러시아 내부까지 공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 주요 교전 지역인 동부 돈네츠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군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낼 것이며 강경한 반격 의지를 과시했다. 그는 현지 군인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모든 사람이 당신들의 힘과 기술을 확인하고 있다. 당신들의 부모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은 진정한 영웅들을 길러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은 ‘국내 안보’를 위해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회의의 세부 주제와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국내 핵심 시설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자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권하지도, 지원하기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는 건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가 영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을 당한 이후 강력한 응징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대규모 추가 공격에 나설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독일의 외교 정책 분석가 울리히 스페크를 인용해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러시아의 위협, 특히 핵무기를 동원할 수도 있다는 위협은 점점 더 공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군이 공세 강화를 위해 재래식 전력을 지금보다 더 강화할 여력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고로드뉴크 전 국방장관은 “그들의 전략은 우리의 대응과 무관하게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우리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군은 현재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의도적인 공격으로 평가한다면, 아마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실패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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