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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폭탄이 우리한테 떨어지네”...화물연대 파업에 한숨 커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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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상인들 ‘직격탄’ 맞아
지방·수입 상품 입고 잇단 지연에
수십년 오랜 단골들 다 떠나갈 판
울며 겨자먹기로 웃돈 주고 구입
전문가 “고객 피해로 이어질 것”


매일경제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재래시장 수입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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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전통시장이 힘든 상황인데, 파업까지 겹치니 정말 눈물 납니다.”

서울시 중구 중부시장에서 10년째 견과류를 판매하는 상인 박모 씨는 요즘 가게 문을 열기 두려운 심정이다. 올해 생산되는 햇견과들이 전부 부산항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년째 단골이 허탕 치는 일도 잦아지면서 박 씨의 심정도 초조해 지고 있다. 그는 “화물연대 파업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그 부작용을 전통시장이 맞고 있다”며서 “올해 나온 햇견과를 찾는 손님들이 한파 속에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 주째 지속되면서 영세한 전통상인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 농산물이나 수입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부시장에서 버섯·취나물 등 채소를 판매하는 윤 모 씨 역시 “상품 배송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인천항에서 목이버섯과 영지버섯이 못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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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남대문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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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파업 전에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놓은 상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류가 언제 재개될지 미지수인 만큼 재고가 금세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일부 상인들은 상품이 항구에 묶여서 상품가치가 하락할까 수입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고 한다. 34년째 건어물을 수입 판매하는 김훈주씨(60)는 “주변 지인들이 지금 다 수입을 미루고 있다”며 “우리도 다음 주에 중국에서 물건을 받는데 두고 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그릇 소매업을 하는 김명종 씨(52) 역시 “고객들에게 납품할 물건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면서 “파업이 상인들 다 죽이고 있는 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매출 하락에 고통받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이번 파업은 어느 때보다 고통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젊은 손님들이 떠나간 재래시장에 물건 부족으로 중장년층 단골마저 잃을 상황에 놓여서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전국 전통시장의 수는 1402개로 2006년 1610개 대비 208개 줄었다. 서울 주요 전통시장에서는 이번 파업의 여파에 영향을 받는 상인들이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승상 남대문시장상인회 기획과장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재고가 떨어질 수 있다”며 “상인들도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의 경우 웃돈을 주고 물건을 사 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과일을 수입하는 서무일 씨(50)는 “과일 수입이 지연되면서 제값보다 더 받고 사가는 상인들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파업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전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교훈 배화여자대학교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물류는 정치가 아니고 경제의 대동맥”이라며 “소상공인이 판매를 못하게 되면 판매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이는 고객 상실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김율성 해양대학교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 역시 “파업이 한 달 이상 넘어갈 경우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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