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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새들의 죽음 못 막는 방음벽 스티커…‘민간 건축물’은 이마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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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 예방조례’도 막지 못한 죽음의 방음벽

한겨레

6일 인천 서구 국제대로 보도블럭에 있는 투명 방음벽 아래 7㎝ 크기 박새가 죽어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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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염곡로와 국제대로가 만나는 사거리. 국제대로를 따라 심곡삼거리로 이어지는 500m 구간에 보도블록을 따라 2칸 높이의 투명 방음벽이 설치돼있다. 투명 방음벽에는 일정 간격을 두고 맹금류를 본뜬 스티커가 붙어있다.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붙여놓은 것이지만 함께 이 장소를 찾은 이랑 생태교육원 활동가 장다미(26)씨는 “새들은 투명 방음벽을 비어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맹금류 스티커 하나 붙어있으면 나머지 빈공간으로 새들이 통과할 수 있다고 보고 충돌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도 장 활동가와 현장 모니터링을 한 결과 20㎝, 7㎝ 크기의 죽어있는 새 2마리를 투명 방음벽 아래 찾을 수 있었다.

새가 투명 방음벽과 충돌해 죽는 일은 인천에서 자주 발생한다. 2021년 7월부터 10월까지 이랑 생태교육원 활동가와 주민들이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인천 서구 심곡삼거리에서 죽은 새 26마리가 발견됐고, 서구 가정동 하나아파트에서는 16마리, 논현 푸르지오에서는 12마리, 기타 44마리의 새가 사체로 발견됐다.

행정기관에서도 조류 충돌 사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2019년 시범사업으로 약 1200만원을 들여 인천 남동구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에 있는 방음벽 126칸(가로 18×새로 7)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예산 등의 문제로 정규 사업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남동구 쪽은 “당시 사업 견적을 내봤는데 사업비 규모가 너무 컸다”며 “스티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인건비와 사다리차 등 시공비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도 올해 중봉대로와 염곡로에 2천만원을 들여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했지만 정규 사업이 아니라 민원이 발생할 때 긴급 대응을 위해 편성하는 예산을 투입한 것이라 장기 계획에 따른 사업 추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투명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와 같은 인공구조물을 만드는 내용의 야생조류 충돌 저감 및 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이 조례에서는 인천시가 관리하는 방음벽 등에 인공구조물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방음벽은 사무위임조례에 따라 기초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가 새로 만드는 도로에 방음벽을 설치할 때를 제외하면 이미 만들어진 방음벽은 기초 지자체의 책임인 셈이다. 다만 인천에서는 강화군을 제외하면 관련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조례 적용 대상에 민간 건축물이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동행한 장다미씨는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자협의회에서 돈을 모아서 방음벽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인천시가 관리하는 방음벽과 그렇지 않은 방음벽에 대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인천시 환경기후정책과 쪽은 “내년 4월까지 시행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며 앞으로 이 계획에 따라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한겨레

6일 인천 서구 국제대로 보도블럭에서 발견된 또다른 새.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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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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