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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화물연대 총파업, 산업계 위기 확산…철강·타이어 등 생산 중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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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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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 장기화로 경영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째 이어지면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5개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가 총 3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기업들은 화물연대 파업이 이번주를 넘길 경우 공장 셧다운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철강과 정유, 석유화학 분야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총파업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자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은 6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휘발유 60곳, 경유 10곳, 휘발유·경유 11곳에서 품절 사태가 일어 났다고 공지했다.

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출하 차질로 공장 적재 공간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일부 업체는 이번 주부터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6일 석유화학협회는 화물연대 운송거부 중단과 업무 복귀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석유화학사는 생산된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공장 가동 중단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정유 공장들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다만 일선 주유소에서는 경유 제품보다는 휘발유 제품이 동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 긴급수송 요청을 접수해 제품 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품절 사태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파업과 관련해 피해액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에서 공장 가동 규모를 조정하거나 멈추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재가동을 위해서는 최소 보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 방어에 고심이 많은 석유화학업계로서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석유화학사들이 출구책을 마련하느라 파업까지 회사마다 허리띠를 조이고 있는 상황인데 파업 문제까지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속속 업무에 운송업무에 복귀하는 차량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전체 화물 물량이 늘 만큼 유의미한 수치도 아니다"라면서 "예고된 파업이라 미리 조치를 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석화업계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현재까지는 수율을 조정하고 있지 않지만 재고가 계속 쌓여 둘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면,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중단 상황에 처하면 하루 손실 규모가 3000억원으로 불어난다고 예측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포항과 광양 등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출하 차질로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으로 국내외 철강수요는 급격하게 위축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사상 유례 없는 태풍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최근의 운송거부는 이러한 모든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철강산업의 출하 차질은 주요 5개사 기준으로 92만톤,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협회는 "이러한 출하차질은 자동차·조선·기계 등 국내 주력산업의 생산 차질로 확산되고 이 과정에서 철강소재를 가공해 납품하는 중소·영세 기업의 고통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의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과 광양을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생산 가동을 멈추고 예정된 정비, 보수일정을 앞당겨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은 자동차·조선·기계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기반을 약화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타이어업계도 생산·운송에 차질을 빚으며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타이어업계는 평시 대비 컨테이너 입출고율이 평균 40%대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업체들과 계약된 물류업체 직원들 다수가 이번 화물연대 소속이다 보니 제품 출하에 차질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충남 금산공장과 대전공장의 경우 파업 이전에는 각각 5만 개씩 총 10만 개 타이어를 생산해 7만여 개를 컨테이너 트럭으로 부산항에 보냈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평시 대비 절반 정도인 3만5000여 개를 출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의 경우 각 하루 3만3000여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데 최근 감산을 통해 생산량을 30%가량 줄였다. 금호타이어가 감산에 나선 이유는 완성품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공장 내 물류창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타이어 제품은 부피가 크다 보니 보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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