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한 달만에 0.7%p↓…코로나19 직후 공포속 실물경제
환율도 1,300원 아래로…한은총재, 인터뷰서 집값 거론
부산항 감만부두 |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 침체 권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실물 경기의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물가·환율도 고점에서 속락하는 추세다.
경제계에선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상징되는 가파른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들이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발표된 거시 경제지표들을 5일 보면 실물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전(全)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1.5% 감소,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2020년 4월은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공포에 휩싸여 실물경기가 급락하던 시기다.
현재 실물경기 하강 폭이 그때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래픽] 산업활동 증감 추이 |
한국경제의 주 엔진인 수출은 지난 11월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14.0% 급감했다. 수출의 대표 품목인 반도체 부문에서 실적이 30%가량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수출 엔진이 약화된 후 한국경제를 떠받쳤던 내수에도 10월을 기점으로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0.8% 줄면서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0.2% 하락했다.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경기 회복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경제계 곳곳에선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픽] 수출입 추이 |
물가 상승세도 빠른 속도로 둔화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를 기록, 한 달 전보다 0.7%포인트(p) 낮아졌다.
절대적으로 5.0%라는 물가 상승률 수준을 낮다고 볼 수는 없으나 지난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를 기록한 이후 10월 한 달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세는 점차 꺾여가는 추세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5% 안팎의 물가 상승률 수준이 당분간은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11월 물가 둔화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공급 측면인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세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개인서비스나 외식 등 물가도 소폭이나마 둔화 움직임을 보였다.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배경이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 이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 감속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선 아래(2일 종가 1,299.9원)로 내려온 상태다.
10월 한때 1,444원까지 올랐던 환율이 1,300원 선 아래도 내려온 것은 지난 8월 5일(종가 1,298.3원)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은 통화정책의 기본 전제조건도 빠르게 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한은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한국의 물가, 원/달러 환율 등 주요 변수가 줄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연 3.5% 안팎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마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이 제시한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7%에 불과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종료 문제를 얘기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급락 이슈를 제기한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면서 "한국도 금리 인상 속도의 조절을 이야기할 시점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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