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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서훈 구속한 검찰… '도 넘지 말라'는 文까지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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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 신병 첫 확보
문 전 대통령 "최종 승인" 주장… 수사 가능성 촉각
검찰, 혐의 유무 판단 내려야 "어설픈 결론 땐 역풍"
한국일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월북몰이를 한 혐의를 받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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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 책임자였던 서훈(68)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된 것은 검찰 입장에선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에서 수사 정당성을 재차 확인받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첩보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檢, 전임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 신병 확보


검찰이 지난달 29일 서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전망은 엇갈렸다. 검찰은 13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토대로 서 전 실장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고 관련 정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구속을 점친 쪽은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신병 확보에 나선 만큼, 직권남용 혐의와 구속 사유를 탄탄하게 준비했을 것으로 봤다. 반면 서 전 실장의 당시 의사 결정을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 해석해 구속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및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다. 2017년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을 뛰어넘은, 역대 최장시간(10시간) 영장심사 결과였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재판에 넘기기까지 최장 20일간의 수사기간을 확보했다. 이 기간 동안 박지원 전 원장 등 다른 고위 인사의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원장은 서 전 실장 지시에 따라 국정원 첩보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핵심 피의자로 꼽힌다.
한국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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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서해 피격 내가 최종 수용”


향후 검찰 수사의 최대 관심은 문 전 대통령 수사 여부로 모아진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 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다만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 해서 곧바로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위법하다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시를 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검찰 내부에선 문 전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문 전 대통령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혐의를 담지 않았고 공범으로도 적시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서 전 실장이 수사의 종착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안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만큼, 검찰은 혐의 유무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한다"며 "검찰이 어설프게 처벌 잣대를 들이댔을 경우 역풍이 불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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