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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흑두루미 1만 마리 몰린 순천만... 조류독감 공포에 먹이주기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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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AI 발생 순천만으로 대거 이동
AI로 폐사한 흑두루미 벌써 40여 마리
순천시 "먹이주기로 확산 막을 수 있어"
파주시 "AI 탓에 가급적 행사 자제 권고"

한국일보

전남 순천만 흑두루미 농경지 먹이활동.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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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전남 순천만에 최대 1만여 마리의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가 몰려들었다. 흑두루미 최대 월동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시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덮쳐 방역을 강화하자, 흑두루미들이 인접한 순천만으로 대거 이동한 탓이다. 하지만 흑두루미 중 AI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철새들을 위해 추진했던 '먹이주기' 행사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다.

4일 전남 순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순천만의 흑두루미 개체수는 1만여 마리까지 늘었다. 흑두루미는 전세계적으로 1만7,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으로 올해 전체 60%가 넘는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은 셈이다. 예년처럼 3,000~4,000여 마리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해 먹이를 준비했지만, 올해는 흑두루미 먹이로 논바닥에 뿌려 뒀던 볍씨가 금새 소진돼버렸다. 순천시는 이에 지난해보다 한 달 앞선 이달부터 겨울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순천만에서 월동했던 흑두루미 40마리가 최근 폐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이 중 8마리에서는 일본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다. 공교롭게 최근 경남 하동군 금성면 가덕리에서도 흑두루미 4마리가 AI에 감염돼 폐사됐다. 더구나 나주와 고흥·함평·장흥 등 전남 다른 지역 오리와 닭 등 조류 농장에서도 AI 감염으로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 넘어온 흑두루미의 AI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순천시의 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지켜보는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순천시는 먹이 공급을 통해 오히려 AI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흑두루미 등 철새의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이동량을 감소시켜 AI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먹이를 뿌려주면 흑두루미가 해당 지역을 많이 벗어나지 않고 모여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우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고경남 전국야생조류협회 고문은 "먹이주기 행사에 대한 학습효과로 철새들이 순천만으로 더 몰려오는 것"이라며 "AI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먹이주기 행사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철새 도래지가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AI 감염을 의식해 먹이주기 행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임진강과 한강하구를 끼고 있는 경기 파주시는 최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탄현면 오금리 등에서 열린 ‘겨울 철새 먹이주기 행사’에 방역팀을 투입해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모든 행사 차량에 소독을 실시하고, 철새와의 접촉을 피하는 등 행동요령 안내문까지 나눠줬다. 파주시 관계자는 "AI 확산방지 차원에서 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가급적이면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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