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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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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자들, 예금에 돈 묻고 부동산 곁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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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원대 금융자산을 보유한 A(59)씨는 지난 10월부터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뒀던 대기자금 10억원을 쪼개 은행 정기예금에 넣었다. 그는 “요즘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며 “차라리 안정적으로 연 4~5% 이자(금리)를 챙길 수 있는 예금에 1년 정도 묻어두려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요즘 부자는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정기예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금을 손에 쥔 부자의 투자 ‘종착지’는 부동산이었다. 4일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 한국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1년 사이 3만1000명 불어난 42만4000명이다. 전체 국민(약 5163만명)의 0.82%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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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기준 부자의 자산은 평균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각 56.5%, 38.5%의 비율로 나뉘어있었다. 2021년(부동산 58.2%·금융 36.3%)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이 줄었다. 일반 가구의 부동산·금융자산의 비율(79.5%, 16.1%)과 비교하면 부자의 금융자산 비중은 2.4배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보면 거주용 부동산(27.5%),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4.2%), 빌딩·상가(10.8%), 거주용 외 주택(10.8%), 예·적금(9.5%), 주식·리츠·ETF(7.9%) 순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은 2883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4924조원)의 58.5%를 차지한다. 부자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지난해 기준 67억9000만원으로 1년 전과 견줘 1억3000만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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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요즘 부자는 정기예금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부자가 앞으로 투자하는 데 있어 가장 우려하는 위험 요인으로 금리 인상(응답자의 47%, 중복 응답)을 꼽았다. 뒤를 이어 인플레이션(39.8%), 부동산 규제(35.8%),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35%), 세금인상(32.5%) 순이었다. KB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400명 자산가를 대상으로 지난 6월 1일부터 49일 동안 설문 조사한 결과다.

올해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부자가 현금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코스피는 2일 기준 2434.33으로 연초(2988.77)대비 18.6% 급락했다. 그 결과 “올해 주식 등 금융투자로 수익이 발생했다”고 응답한 부자는 전체의 17%로 1년 전(42%)보다 크게 줄었다. 이와 달리 “손실이 났다”고 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5.8%에서 18.8%로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2021년에 한국 부자는 부채 상환을 우선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융부채를 보유한 부자의 비중은 2019년 56.5%에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 43.8%로 낮아졌다.

부자의 상당수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1년 정도는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KB금융 설문에서도 부자의 80~90%는 예·적금과 주식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 자산에 대해 현재 투자 금액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예·적금의 경우에는 “앞으로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중은 29%로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채권(9%)과 펀드(8%)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부자는 10% 미만이었다. 특히 주식은 응답자의 19%가 “앞으로 투자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자산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는 부동산을 꼽았다. 이 가운데 투자용 주택(거주 외 주택, 중복 응답자의 43%)을 가장 선호했다. 다음으로 거주용 부동산(39.5%), 빌딩·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38%), 토지(35%) 등 순이었다. 지난해 가장 인기가 많았던 주식은 투자 선호가 잦아들었다. 올해 주식을 유망 투자처로 꼽은 응답자는 지난해(61%)의 절반 수준인 31%다.



금융자산가 절반 이상 “예금 금리 6% 넘으면 갈아타겠다”



황원경 KB경영연구소 부장은 “요즘 부자는 현금을 모으면서 부동산 투자 시기를 엿보고 있다”며 “특히 임대 수익 목적으로 아파트나 단독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보유한 전체 부동산 자산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361조원으로 1년 사이 14.7% 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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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부자는 암호화폐 대해선 관심이 낮았다. 코인에 투자한 사례는 응답자의 7.8%로 지난해(8.8%)보다 더 줄었다. 부자의 60%는 “앞으로도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코인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낮고, 자산가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자산가가 암호화폐 투자를 멀리하는 이유다.

부자를 자산 규모별로 나눠보면, 부자의 90.7%(38만5000명)가 ‘10억~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분류됐다.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7.3%(3만1000명),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2.0%(9000명)를 차지했다.

한편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2022년 자산관리 고객 분석 보고서: 경기변동기의 대중 부유층’에 따르면 금융자산 1억~10억원을 보유한 ‘대중 부유층’의 절반 이상이 예금 금리가 연 6%대에 올라가면 투자자산을 예금으로 옮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부유층의 37.2%는 예금 금리가 연 5%대에 이르면 투자성 자산을 예금으로 옮기겠다고 밝혔고, 이자가 연 6%대에 이르면 이 비중은 58.1%로 높아졌다. 반면 대출 금리가 연 6%대에 이르면 응답자의 64.9%가, 연 7%대에 이르면 83.5%가 신규 대출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염지현·정혜정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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