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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름다운 공예품 보면 작가·가격 꼭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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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공예트렌드페어 8일 개막

양태오 디자이너가 총감독 맡아

중앙일보

제17회 공예트렌드페어 양태오 총감독은 “한옥에서의 삶을 통해 ‘지역성과 전통’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얻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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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공예 전문 박람회 공예트렌드페어(이하 공예페어)가 오는 8~11일 서울 코엑스 C홀에서 열린다. 공예페어는 문화관광부(장관 박보균)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원장 김태훈)이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 17회째다. 관련 기업 330개사가 참여하고 테이블웨어와 주방용품, 패션·장신구, 오브제·데코, 가구·조명, 생활·사무용품이 총출동한다.

8~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려

올해 공예페어는 ‘스타 디자이너’ 양태오(태오양스튜디오 대표)가 총감독을 맡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 국제갤러리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렸다.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화장실 리모델링,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공간 디자인도 그가 했다. 파이돈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인테리어 디자이너 100인’에 선정됐고,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잡지 아키텍처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AD(건축가와 디자이너) 100’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 개막을 앞두고 그가 살며 작업하는 서울 계동 한옥에서 그를 만났다. 한옥 두 채를 연결해 쓰고 있는 그의 공간은 한옥의 예스러운 정취와 대담한 현대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는 “북촌 한옥에서 살며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화두를 얻었다”며 “덕분에 공예페어 총감독이라는 큰 역할도 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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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초장’ 허성자 작품. 왕골을 엮어 만든다.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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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10년 가까이 한옥에서 살았다고.

A : “부끄럽지만 돌아보니 저는 전에 ‘예쁜 것’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동네로 와서 내가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자산으로 삼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됐고, ‘지역성과 전통성의 동시대적 표현’이라는 화두를 얻었다. 그런 화두가 없었다면 ‘AD 100’에 선정되지도, 이번 총감독도 맡지 못했을 것 같다.”

Q : 양 감독이 어떻게 이끌까 관심이 크다.

A : “공예페어는 공예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역사를 쌓아온 행사다. 기존 행사를 돌아보니 모두 그 시대에 맞는 이야기를 했더라. 내가 그 이야기 위에 어떤 이야기를 더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큰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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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공예인’ 김혜정 도예가의 작품.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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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한 올해 주제는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이다. 그는 “디자인은 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내는 것”이라며 “이번 페어에서 이 시대의 문제를 푸는 답으로 공예의 당위성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예가 이 시대에 왜 있어야 하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우리가 공예를 소비하는 것이 왜 중요한 건지를 피부로 느끼게 하고 싶다는 얘기다.

Q : 공예가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나.

A : “획일화와 몰개성화, 사람에 대한 존중, 환경 문제 등에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본다. 재료부터 만드는 방법 등이 지역성과 전통에 기반을 둔 공예, 손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예(수공예)에서 앞으로 우리가 추구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 지속가능성 면에서도 공예가 보여줄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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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권 작가의 옻칠 공예 작품. [사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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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관은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지역성과 전통’ ‘손의 가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통·현대 공예가 43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브랜드관엔 공예 기업과 공방 등 218개사가 참여해 작품을 전시·판매한다.

Q : 해마다 비슷한 공예가들이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A : “맞다. ‘그 사람이 또 나와요?’ 하는 질문이 없지 않은데, 제 대답은 ‘당연합니다’다. 내년에도 나와야 한다. 우리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공예계 스타’들이 앞으로 더 생겨나야 한다. 주제관에서 도자 작가 김덕호·이인화, 옻칠 작가 김옥, 완초장(莞草匠· 왕골을 짜서 기물을 만드는 장인) 허성자 등의 작품과 더불어 폐마스크를 녹여 의자를 만드는 작가, 해양 쓰레기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MZ세대 취향과 공예가 맞닿아

Q : 한국 공예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A : “좋은 공예가가 정말 많은 만큼 미래가 밝다. 자기 공간에 관심과 애정이 커진 MZ세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공예와 맞닿아 있다. 앞으로 더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기획의 전시다. 이번 페어가 그중의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좋은 공예품을 내 생활에 끌어들이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용기”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전시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고도 ‘귀한 물건’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값을 물어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우리 집에서 쓰는 것을 보고 ‘앗, 그 가격이면 저도 샀을 텐데···’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제발 아름다운 공예품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작가가 누구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꼭 물어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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